코로나19 시기를 보내고 나니 외식물가가 치솟으면서 밀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 밀키트는 재료를 따로 구매하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만 포장돼 있어 경제적인 데다 맛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아줌마)를 내세운 지정 배송으로 유명한 hy(옛 한국야쿠르트)가 밀키트 시장에서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는 KBS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를 통해 유명인의 레시피를 제품화한 밀키트를 속속 출시하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편스토랑’과 밀키트 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hy 플랫폼 CM팀의 임승우(36) 마케터다. 출시 2개월 만에 1만개 넘게 판매되며 이슈가 됐던 가수 이찬원의 조리법을 활용해 만든 ‘진또배기 매운찜갈비’가 그의 대표작이다. 이외에도 박솔미의 ‘된장라구파스타’와 차예련의 ‘산더미차돌비빔면’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임 마케터는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식품 그 자체'라고 말한다. 학창시절부터 맛집 탐방을 즐겼고, 유명 음식점이라면 꼭 들러야 직성이 풀렸던 그는 결국 식품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마케터는 신상품 기획부터 연구, 제조까지 모든 업무를 총괄해 상품에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3~4차례 최신 밀키트 시식에 나서는 열정맨이기도 한 임 마케터는 “밀키트 관련 업무를 맡은지 5개월만에 5kg이나 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내 손을 거친 신제품을 낼 때마다 아내와 7살 딸을 비롯해 친가 및 처가 식구를 모두 모아 품평회를 갖는다"라며 “진또배기 매운찜갈비를 먹어본 가족들이 맛있다고 극찬하더니 가수 이찬원의 조리법이라고 하자 깜짝 놀래더라”라면서 ‘진또배기 매운찜갈비’의 히트를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판매와 배송까지 관여하다 보니 고충이 없을 수는 없다. 임 마케터는 “특히 편스토랑에 등장한 음식과 밀키트의 맛을 똑같이 재현해야 하는 데다 간편한 조리법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라면서 “프레시매니저의 냉장 전동카트에도 딱 맞게 들어가도록 제품화해야하는 점 역시 쉽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것도 마케터로서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는 기억에 남는 소비자 댓글로 "TV를 보다 군침이 돌았는데 밀키트로 먹으니 더 맛있다", "조리법이 생각보다 간단해서 좋다" 등을 꼽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정주부인데 밀키트 덕분에 주말이 여유로워졌다”는 댓글을 밀키트의 최우선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한 반응으로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임 마케터의 목표는 대체 불가능한 독특한 밀키트를 세상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각 업체에서 만드는 밀키트는 대부분 비슷해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 들른 김에 구입하는 소비 패턴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기획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hy 온라인몰에 가입하고, 일부러 들러 구매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