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대만 땅 밟는 미국 하원의장...미중 관계 ‘일촉즉발’

입력 2022-08-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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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이잉원 총통 만나
뉴트 깅리치 전 의장 방문 이후 처음
중국, 군사적 대응 거론하며 거센 반발
바이든 정부는 부담 느껴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의회의사당에서 아즈하 아지잔 하룬 말레이시아 하원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류와 중국의 거듭된 군사적 위협에도 결국 대만 땅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중 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대만 자유시보는 펠로시 의장이 2일 저녁 10시 20분께 대만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현지 언론인 EBC TV 등도 펠로시 의장이 2일 저녁에 대만에 도착해 이튿날 오전 10시에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펠로시 의장이 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방문 시점이나 체류 기간에 대해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주요 외신들이 모두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기정사실로 했다.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1997년 뉴트 깅리치 전 의장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그간 미국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거세게 비판했는데, 이번 펠로시 의장 방문의 경우에는 ‘군사적 대응’까지 거론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초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불장난을 하면 스스로 타 죽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만 방문 추진을 취소하면 중국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펠로시의 대만 방문 강행을 지지했다.

다만 외교와 국방을 책임져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적으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대만 방문을 만류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대만) 방문에 대해 펠로시와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도 “그의 방문에 대한 안전은 미국 정부가 보장할 것이며, 이 문제가 다른 문제로 확대될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펠로시의 방문은 의회의 결정이며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CNN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 당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행정부 차원의 공식 결정으로 오해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간 톈안먼 사태에서부터 홍콩 민주화 시위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안에 대해 중국 공산당을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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