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상인간 열풍에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데요. 최근 미국 CNN은 한국에서 가상인간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의 명암을 조명했습니다.
CGI(컴퓨터 생성 이미지) 기술을 활용한 가상인간이 등장한 건 이미 오래된 일인데요.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이제 가상과 실제를 혼동하게 할 정도의 가상인간들이 문화산업 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CNN은 한국의 이 같은 가상인간 열풍에 주목하면서 이들이 비단 팬덤을 형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백승엽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대표는 CNN에 “한국의 많은 대기업은 로지를 광고모델로 세우고 싶어한다”며 “올해 로지 활동으로만 수익이 20억 원을 손쉽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젊은 고객을 확보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이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데요. 기존처럼 실제 ‘인간 모델’을 광고에 기용할 때보다 노동력이나 비용 등이 적게 드는 것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또 가상 인플루언서의 경우 브랜드 콘셉트에 따라 이미지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고, 학교폭력 등 여러 사건 사고에 휘말릴 위험이 적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성형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제미용성형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대비 성형 건수가 ‘세계 1위’입니다. 한국인 인구 1000명당 성형 수술 건수는 13.5건이고, 인구 대비 성형외과 의사 수도 한국이 1위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대 한국 여성 3명 중 1명은 성형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8년 한국의 성형 문화에 대해서 다뤘는데요. 매체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술은 피부 미백, 코 성형, 쌍꺼풀 수술”이라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백인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평가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로지를 보면 한국인들이 서양인처럼 되고 싶어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로지는 MZ 세대가 선호하는 유명인들의 특징을 조합해 만든 얼굴로 알려졌는데요. 쌍꺼풀 없는 눈에 동양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모습입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개성 있는 외모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죠.
과연 가상인간이 한국인들의 성형을 더욱 부추기는 부작용을 불러올까요? CNN의 경고가 현실화될지, 기우에 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