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벼리 정치경제부 기자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유업계 관계자들에게 고통분담 얘기를 하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혼자 중얼거린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다.
행사 시작 전 간담회장에 도착한 이 의원은 "정유 4사를 합하면 상반기 영업이익이 얼추 10조 원을 넘던데"라고 운을 뗀 뒤 "내부적으로 (고통 분담 방안을) 논의하고 있냐", "입구에 있는 용혜인 의원은 회의 때마다 횡재세를 도입하라고 난리"라며 말을 이어갔다.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이 무표정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머쓱해졌는지 '농담'이라며 얘기를 끝낸 것이다.
횡재세란 말 그대로 운 좋게 얻은 이익을 세금으로 걷어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다. 최근 고유가 국면에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이익의 일부를 민생 고통 극복에 쓰자는 취지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자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다.
'민생 정당'임을 강조하는 민주당도 최근 고통 분담 카드를 자꾸 꺼내고 있지만 이 논의는 결국 해프닝성 '농담'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횡재세에 대한 민주당의 소극적 자세다. 자칫 법을 내세워 기업에 세금을 거뒀다간 '기업 팔 비틀기'라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횡재세를 언급하면서도 늘 자발적 기금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유사들이 1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한 것을 예로 들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정부에서 강하게 압박을 했지만 지금 정부는 반대로 소극적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그리 큰 힘은 없다.
결국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 텅 빈 제스처로 끝나는 분위기다. 놀랄 일도 아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아주 오래된 농담'은 예나 지금이나 여의도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