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부대에서 여군 부사관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또 발생했다.
군인권센터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공군부대에서 여군 하사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0대 남성인 A 준위가 20대 여성인 B 하사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준위는 B 하사에게 “집에 보내기 싫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좋겠다”, “나랑은 결혼 못하니 대신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A 준위는 안마해준다는 핑계로 피해자의 어깨와 발을 만지거나 윗옷을 들쳐 부항을 놓는 등 성추행도 저질렀다. B 하사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나만 믿으면 장기 복무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을 강요하고, 피해자가 통상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 배제하며 불이익을 줬다.
A 준위는 엽기적 행각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준위는 지난 4월 3일 B 하사를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숙소에 있던 C 하사에게 데려가 근무 기피 목적으로 C 하사의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하거나, 손등에 C 하사의 침을 묻혀 핥으라고 하는 등 엽기적인 방식으로 희롱했다. C 하사가 마시던 음료를 마시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B 하사는 어쩔 수 없이 음료를 마셨고, 3일 뒤에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전언이다.
이후 B 하사는 지난 4월 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A 준위를 신고하면서 고소 의사를 밝혔다. A 준위는 다음날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군사경찰대에 입건됐고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A 준위는 구속될 때까지 B 하사에게 “내가 죽으면 너도 힘들어진다”, “진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27회 전송하며 협박했다.
군인권센터는 B 하사에 대한 부대 내 2차 가해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같은 반의 D 원사는 B 하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A 준위에게 알렸다. B 하사는 지난 6월 D 원사도 공군 수사단에 신고했으나, 군은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D 원사를 B 하사와 분리하지 않았다. 청원 휴가를 낸 B 하사는 현재까지도 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의 신고 후 상황을 보면 과연 공군이 불과 1년 전 성추행 피해로 인한 사망사건을 겪고 특검 수사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군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법과 규정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고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인권위원회에도 자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