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입학’ 이제부터 의견수렴 등 공론화”…백년대계 호떡 뒤집듯하는 교육부

입력 2022-08-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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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폐기까지 언급했던 전날과 또 달라진 교육부 입장
교육계 “협의 없이 ‘민심 떠보는’ 무책임한 졸속 행정 더는 안 돼”

▲만 5세 초등 취학 학제 개편안 반대하는 시민사회 (연합뉴스)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교육부가 이틀 연속 급히 학부모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 나섰다. 다만, 정책 폐기까지 언급했던 전날과 입장이 또 달라지면서 백년대계 교육을 마치 호떡 뒤집듯 한다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실제 교육계에서는 협의 없이 '민심 떠보기 식'으로 던져놓는 무책임한 교육 정책 관행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제개편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하향하는 방안에 대해 “이제부터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책 폐기를 시사했지만 공론화는 해 보겠다는 취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A 씨는 “만 5세는 유치원에서 놀아야 할 나이인데 초등학교에 가면 40분 동안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되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실험 대상이 돼 학습상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학교에 돌봄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 조차도 여의치 않으면 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고 이는 만 5세 아이들을 조기 사교육에 진입시키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장 차관은 “발달에 따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검토한 대안으로 초등 저학년은 수업 중에 반드시 보조교사를 배치해서 발달·적응이 저조한 학생을 돕고, 개발 중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입학 초기 학교적응 활동을 강화하며, 학습 내용도 놀이 중심으로 교과를 재구조화해 발달성 격차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학연령을 앞당기는 것은 필수는 아니고 하나의 선택지”라며 “효과가 있다면 시도해볼 만한 선택지라는 것이고 이를 공론화해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만 5세 입학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소외됐던 시·도교육감을 달래기 위한 자리도 뒤늦게 마련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전국 시·도교육감과 화상회의를 열고 만 5세 입학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앞서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가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 발표에서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회의는 2학기 학교방역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만 5세 입학이 급히 회의 내용에 추가됐다.

교육계에서는 현장 의견 수렴도 없는 무책임한 정책이란 목소리가 크다. 박다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유아 의무교육을 제안하며 조기 취학을 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기사 발표로 약간 떠보는 게 있어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다”며 “현장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정책을 발표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진영을 달리하는 정권교체 후에는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을 뒤엎기가 다반사”라며 “의욕만 앞서 충분한 연구와 논의, 협의 없이 민심 떠보기 식으로 툭 던져놓는 무책임한 정책 관행이 백년지대계로 가야 할 교육정책에서도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장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책 폐기라고 보면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며 “만에 하나 취학연령 조정을 하지 말자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국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 다만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정책 폐기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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