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방문하자 與 의원도 "결정 임박"
정부, 중국과 관계 등 우려 예상해 신중
전문가 "톤다운 해야…장기적으론 참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을 계기로 칩4(Fab4) 참여 압박이 한층 커졌다. 일각에선 참여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정부는 중국과 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4일 칩4 참여 여부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건 없고 정부 내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해서 (부처 간에) 논의 중"이라며 "업계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칩4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 중인 프렌드쇼어링 전략에 따른 반도체 동맹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주도로 한국과 일본, 대만 등 4개국의 반도체 생산, 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한다. 이른바 중국 포위전략이다.
미국이 한국에 칩4 참여를 요청한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이어 한국을 방문하면서 압박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 때 마크 리우 TSMC 회장과 만나 반도체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반도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칩4 가입에 관한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상기한다"며 칩4 참여를 주장했다.
미국이 지난달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과시킨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칩4를 구체화하고 한국과 대만 등 동맹국의 참여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8월 중 동맹 참여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통보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마감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신중하게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참여 예상 국가에서 제외된 중국과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기업이 입을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산업부 반도체 담당 관계자는 "업계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업계에선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아직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국의 이익을 고려하면 칩4가 구체적으로 구성되면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4개국에 모이자고 요청한 적도 없고 3월에 얼라이언스를 맺어서 반도체를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발언이었다"며 "톤 다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론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아무래도 기술력 있는 나라와 협력해야 하는 만큼 미국과 일본, 대만과 협력하는 (칩4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