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성관계 가진 170만여 명, 잠재적 위험군
바이든 행정부, 자금‧인력 확보 위해 비상사태 선포
전문가 “원하는 사람 모두 백신 맞을 수 있어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원숭이두창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잠재적 위험군이 17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4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CDC는 이날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약 170만 명의 남성이 현재 가장 큰 원숭이두창 감염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로셸 윌렌스키 CDC 국장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이거나 HIV 예방약 PREP 등을 복용하고 있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가 가장 많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에 있어 가장 주목해 온 인구”라고 설명했다.
윌렌스키 국장은 백신 수급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백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많은 도시의 진료소에서 백신 접종을 위한 대기줄이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금까지 지네오스 백신 110만 회분을 확보했다. 지네오스 백신은 식품의약국(FDA)이 원숭이두창에 유일하게 허가한 백신이다.
그러나 지네오스 백신은 2회용 백신으로 110만 회분은 55만 명 접종 분량에 그친다.
로스앤젤레스(LA) LGBT센터 공동 책임자이자 원숭이두창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워드 카펜터는 “중요한 건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가장 시급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이는 성공적인 공중 보건 전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DC에 따르면 이날 기준 5월 첫 감염자가 보고된 뒤 미국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 감염자 수는 6600명을 넘어섰다. 진료소에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제공한 환자 중 약 98%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중 보건 관계자들은 병이 더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신체 접촉뿐만 아니라 침대 시트나 수건 같이 감염자가 사용한 물건도 원숭이두창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DC는 적어도 미국에서 두 명의 어린이들이 가족 내 전염을 통해 원숭이두창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숭이두창 감염자 수가 늘자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연방차원에서 자금과 데이터, 인력 등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AFP통신에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다루는 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인들은 원숭이두창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퇴치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부에 앞서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이주, 뉴욕주가 주 정부 차원의 비상사태 선포한 상태다.
CDC는 발진 증상이 나타나야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원숭이두창 감염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진 증상은 경우에 따라 발현에 1주일 이상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