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중간재, 한국서 생산 축소된 물품 수입 늘어
RCEP 특혜 관세 품목 수입 증가도 적자에 영향끼쳐
단기적으로 적자 지속…중간재 다변화 실패 시 악화
“한중 FTA 업그레이드, 공급망 취약성 개선 등 필요”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대중 이어지는 대중 무역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수입 다각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최근 대중 무역적자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처럼 주장했다. 보고서는 무역적자가 △원자재·중간재 무역수지 악화 △디스플레이 등 생산 감소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른 관세 인하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원자재·중간재 품목을 살펴보면 이차전지의 원료인 ‘기타 정밀화학원료’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38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72억5000만 달러로 약 2배 늘었다. 배터리 중간재인 ‘기타 축전지’ 수입액도 작년 상반기 11억1000만 달러에서 올해 21억80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약 20%, 1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무역수지는 올 상반기에 143억4000만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타 집적회로반도체’는 같은 기간 6000만 달러 흑자에서 9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에서 1억5000만 달러 감소세를 보였다. 수입액은 6억9000만 달러에서 11억1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무역적자는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은 줄고, 중국의 대(對)한국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산업구조 변화가 양국 교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 등 산업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도 무역적자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한국에서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LCD 품목의 경우 2022년 상반기 수입이 12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4억5000만 달러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17억4000만 달러에서 8억3000만 달러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휴대용 컴퓨터’의 경우 상반기 한국의 대중 수출은 4000만 달러에 불과한 데 반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올 상반기 19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억 달러나 늘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은 “중국의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국제정치적 위험 요인이 늘어나는 만큼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로우 테크(Low-tech) 부분에서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발효된 RCEP도 대중 무역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RCEP으로 관세가 5.5%에서 0%로 줄어든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등의 수입이 늘며 수지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상반기 수입액은 11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입액 5억60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한중 FTA는 양국의 수출과 수입에 이익 균형점이 잘 맞았던 반면에 RCEP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에 맞물려 단기간에 수입이 늘어난 결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무역적자 양상은 단기적으로 러-우 사태 및 중국 도시 봉쇄 등 공급망 취약성과 RCEP 특혜관세 영향에 따른 수입 증대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중간재 공급망 다변화, 물가 안정, FTA 활용도 제고가 어렵다면 중국산업의 경쟁력 상승과 더불어 교역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고서는 한중 FTA 업그레이드, 공급망 취약성 개선 등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대중 무역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은 중국산 제품이 가성비가 뛰어나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대중 교역구조 변화가 쉽지 않은 만큼 한중 FTA 업그레이드나 RCEP 활용을 강화하고, 수입 다각화와 기술력 확보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