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운반선 발주 호황 견인...올해 사상 첫 100척 돌파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달 중국 조선사들을 제치고 전체 선박 발주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며 ‘K조선’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에 힘입어 조선 3사가 올해 목표한 수주량을 쉽게 채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반기에는 후판 가격 인하 등도 예상돼 전망이 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9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7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10만CGT(표준선 환산톤수·70척) 중 한국은 116만CGT(19척)를 수주하며 전체 55%를 차지,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은 62만CGT(35척)를 따내는 데 그치며 점유율 30%를 기록했다.
1~7월 누계 기준으로도 한국은 1113만CGT(204척)를 수주해 47%를 달성했고, 1007만CGT(383척, 42%)를 기록한 중국을 앞섰다. 뒤이어 일본이 171만CGT(65척)로 7%를 차지했다.
올해 1~7월 발주된 LNG 운반선(14만m³ 이상)은 103척으로 이는 클락슨리서치가 LNG운반선 발주 데이터를 집계한 2000년 이래 최대 수주량이다. 이전 최고 발주는 2011년 41척이었다.
이는 한국 조선의 독보적 경쟁력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카타르 프로젝트에 힘입어 대량 발주되면서 한국의 수주량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주 호조로 한국의 수주잔량도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째 증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2850만CGT(618척)보다 26% 증가한 3586만CGT(717척)로 나타났다.
7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61.57포인트를 기록하며 2020년 12월 이후 20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LNG선(17만4000m³)은 2억3100만 달러에서 2억36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선가가 뛰었다. 초대형 유조선은 1억1750만 달러에서 1억1900만 달러로, 벌크선은 6400만 달러에서 6450만 달러로 상승했다.
이같이 조선업계가 LNG 운반선 발주로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어 올해 수주목표량도 착실히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량을 다 채운 상태다.
조선사별 올해 누적 수주 규모를 살펴보면,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54척, 177억7000만 달러(23조2165억 원)를 수주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22조7853억 원)의 101.9%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올해 목표액 89억 달러 대비 72.2%(64억3000만 달러), 삼성중공업은 목표액 88억 달러의 71.6%(63억 달러)에 해당하는 일감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후판가격 인하 등이 예상됨에 따라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후판의 경우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후반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광석(CFR·운임포함인도) 가격은 지난달 22일 기준 t당 98.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8일만 해도 159.2달러에 달했지만 4개월 정도 지난 현재 60%가량 내렸다. 철광석 가격이 t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같이 고점을 유지하던 철광석 가격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후판가격 인하론도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7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후판 가격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원배 현대제철 상무는 “현재 조선사들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급이나 원재료 가격, 시장 가격 등 살펴볼 항목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원료 가격이 급락했고 시장 가격도 내리고 있다. 원료 가격은 적용하기까지 일정 기간 갭이 있는데 하락된 가격은 3분기 말이나 4분기에 본격적으로 원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요인들로 하반기 조선사향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조선해양도 기업설명회에서 “강재 가격 인하와 환율 상승 등의 요인들로 하반기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조선업 특성상 수주실적이 경영실적에 반영되는 데까지 3년 가까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흑자 전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