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생들 "행정소송으로 사법부 판단 받을 것"
공무원 특혜와 문제 부실 출제, 채점 등 논란으로 얼룩진 지난해 2차 세무사 시험 응시생들이 불합격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응시생들은 행정소송에서 사법부 판단을 받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위원회)는 지난해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2차 시험) 응시생 255명이 제기한 '2차 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위원회는 구술심리와 증거서류 등을 검토한 뒤 전날 심리기일을 열었고 이날 기각 결정을 내렸다. 행정심판이 청구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응시생들은 1월 26일 세법학 1부 과목 중 '문제 3의 물음 2' 항목과 '문제 4의 물음 3' 항목에 관해 출제와 채점 과정에서 위법ㆍ부당성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행정심판을 청구했었다.
이들은 채점자가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주장했다. '문제 4의 물음 3'의 경우 사실상 객관식과 다름없어 채점자 재량권이 축소되지만 0점을 받은 사례가 속출해 소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차 시험에서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고용노동부에 이어 감사원도 감사를 진행했다. 결국, 국세청은 제3차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를 열고 2차 시험 일부 과목을 재채점한 뒤 75명을 추가 합격시켰다.
감사와 재채점 등으로 구제책을 내놓았지만 응시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문제 4의 물음 3'은 재채점이 진행됐지만, 다른 한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난데없이 세법학 2부 문제가 재채점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대세에 영향이 없는 문제를 선정해 재채점을 진행했고 일부를 추가 합격하면서 사태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응시생은 "갑자기 세법학 2부가 튀어나와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오류를 제기한 문제 대신 세법학 2부가 재채점되면서 모두 어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세법학 1부가 아닌 세법학 2부로 과락한 사람이 추가 합격자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고용부, 감사원 감사에 이어 행정심판에서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응시생들은 행정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2차 시험에서 '공무원 특혜' 논란에 불을 지핀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 관계자는 "사태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고 일벌백계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심판 결과에 순응할 수 없어 행정소송으로 사법부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차 시험에서 세법학 1부 과락률은 82.13%로 과거 5년(2016~2020년) 평균 과락률(38.5%)보다 높아 '공무원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세법학 1부는 경력 20년 이상 세무 공무원이 면제받는 과목이다. 일부 과목 면제 경력직 세무 공무원 수는 2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응시생들은 문제 출제와 채점 과정에서 조작이 있다고 의심했고, 감사원은 "난이도 조작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