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IFRS 지속가능성공시에 대한 단상

입력 2022-08-10 14:18수정 2022-08-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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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국제회계기준(IFRS)이 산하 기관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은 2022년 7월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의견 수렴 후, 2022년 말 확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즉, 지속가능성 ‘일반 요구사항’인 S1과 ‘기후 요구사항’인 S2, 두 가지 공시 요구기준이다. 기업 내 횡령, 안전사고, 각종 환경 관련 이슈들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재무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투자자의 니즈에 부합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과 트랜드를 포괄 공시로 반영하기 위함이다. 국제회계기준인 IFRS가 추진하고, G20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에서 자본시장 차원에서 지지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도입은 3년 이후를 예상하므로, 향후 ESG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면에서도 유용할 것이다. 공시 요구사항대로 기업들의 ESG 정보가 표준화되면, ‘재무 기반의 투명한 ESG 생태계’가 열리는 것이므로, ESG 경영과 투자,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 실효성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 궁금해진다. 지속가능성 관련 지표가 전 세계적으로 최소 800여 개가 넘는데, 과연 어떤 정보들을 요구할까? ‘투자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라고 명확히 밝히는 만큼, 기업은 재무에 관련된 중요한 항목을 공시해야 할 것이다. ISSB에게는 두 가지 필터가 있다. ① 지속가능성 중 ‘중요한 정보’(Material Information)이거나 상당히 의미 있는 ② ‘위험과 기회’(Significant sustainability-related Risks and Opportunities)에 관련된 정보다. S1, S2별로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와 목표’의 네 가지 카테고리에 맞게 ‘중요한 위험과 기회’들을 공시하는 것이다. 요컨대, 재무 보고서를 읽거나 투자 판단을 할 때 금액이 큰 항목이 가장 먼저 눈에 번쩍 뜨이듯, 지속가능성 공시를 볼 때도 ‘중요성(Materiality)’의 렌즈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을 볼 때 단기적으로는 시황과 매출, 이익이 가장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손해배상과 거래 단절을 초래할 수 있는 사회 환경 법제도 위반과 반부패, 인권, 소비자 이슈 등 ‘손실과 비용’에 직결되는 리스크가 큰 요인들도 집중적으로 살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거버넌스 효율성이나 친환경 제품과 같이 수익 창출이나 성장성을 좌우하는 요소는 분명 기회 요인으로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회계처럼 한 회사와 계열사 차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및 국가, 전 지구적인 이슈처럼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적극 고려되고 반영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연말 IFRS의 최종안 발표 후에도 나라별로 도입하기 전,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정책 수용성과 효과 차원에서 중요하다.

2021년 7월 29일, IFRS 공개초안에 대해 일본에서 의견을 제기했다. 동경증권거래소는 ISSB 구성원의 지역 안배 등 ‘멤버 다양성과 투명성’을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적용을 논의할 때, 정책 당국과 자본시장 참가자, 평가 업체, 기업, NGO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논의가 필수적이다. 왜 환경(S2)만 나왔냐는 지적도 했다. 인권존중, 노동자 및 근로 환경 등 사회(S)가 빠졌다는 것이다. ESG는 하나의 통합 체계다. 워싱이나 진정한 지속가능성 분류 기준을 다루는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가 환경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분류체계(Social Taxonomy)로 확대되는 이유다. 유럽과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또한 사회와 환경 문제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작업장 내 환경 관리’로 통합되고 있는 법제도 트랜드를 고려해도 온당한 지적이다. 이런 면에서, 향후 S3가 나온다면 인권 문제와 같은 사회 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SG 평가와 자문 업계 입장은 어떨까? ESG 공시기준이 제시된다는 것은 ‘산재된 공시 기준이 통일’되고, 서로 다른 형태와 내용의 ‘ESG 정보가 표준화’된다는 면에서는 분명 기대가 크고 반가운 일이다. 회사별로 지지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다르면 관리하는 정보 수준 차이가 크고, 지속가능보고서 상의 공시 정보도 대부분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현실에서, 반기마다 1000여 개의 기업들을 비교, 평가, 등급을 산출하고 자문해야 하는 업체와 실무자들은 고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 비대칭성과 활용성은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ESG 평가나 거버넌스 진단 시 회사 홈페이지이나 지배구조보고서의 정보를 참고하는 경우도 많은데, 향후 세부 공시 기준을 수립할 때 이러한 부분을 얼마나 담을 것인지는 실무적인 이슈로 남는다. 예컨대, ‘산업별’로 용수와 생물 다양성 관련 공시가 어디까지 필요한지 여부(E), 산업 안전은 ‘회사별’로 아니면 ‘사업장별’로 공시해야 할지, 폐기물의 경우 ‘공장 레벨’까지 세분화할지, ISO 인증은 기간별로 평가되므로 ‘유효기간’이 명시되어야 효력이 있다는 것(S), 경영권 승계는 후보 Pool뿐 아니라 이사회 프로세스 내 평가, 육성, 보상과도 연계되는 것이 표준(G)인 점 등이다.

향후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더 있다. 제3자 검증이 안 되거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그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Verifiability)에는 어떻게 할지, 기업이 불리한 정보는 공시하지 않는 경우, 금융위나 환경부 등 유관 기관 정보 제출 시기와 공시 방식 등 관련 제도 통합 이슈다.

무엇보다 공시하는 주체는 엄연히 기업이므로, 공시 주체의 사정과 입장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 공시가 확대될 경우, 정보 보안, 외부 압력 이슈나 기업들이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나 체계, 시스템 도입이 요구될 것이므로 인원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점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ISSB 관련하여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 직원에게 받은 질문이다. “소장님, 그럼 앞으로 ESG 업계의 선도자는 회계법인이 되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에둘러 말했다. 정확한 답변은 아직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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