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계획이 나왔다. 정부는 16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향후 5년간 270만 호의 주택물량을 공급하는 대책을 확정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연평균 50만 호 이상씩, 250만 호+α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서울 50만 호를 비롯,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158만 호로 계획물량의 절반 이상이 공급된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도심복합사업, 3기 신도시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140만 호, 도시개발·지구단위계획 등의 사업으로 130만 호가 지어진다.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완화된다. 민간 주도의 공급 확대가 이뤄지도록 ‘민간도심복합사업’ 제도와 ‘주택공급촉진지역’을 도입해 도시계획 규제를 면제하면서 용적률 상향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무주택 서민에 시세의 70% 이하 가격에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을 분양하는 사업도 시행된다. 이번 수해로 주거 취약성이 크게 문제 된 반지하 거주자의 공공·민간 임대주택 이주와 주택 개보수 지원사업도 포함됐다.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인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부담금을 감면하는 방안은 다음달 내놓기로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계획도 연내 확정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장의 최대 관심사항인 재건축 안전진단과 부담금 개선의 구체적 정책이 미뤄진 데 대해, 노후 주택들마다 사정이 다르고 국회의 법률 개정이 전제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세부 이행조치는 미흡하지만, 이번 대책이 민간 위주의 공급 확대와 규제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다양한 공급방식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세금 규제만 쏟아내고, 수요를 무시한 재건축 억제 등으로 일관하면서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 전문가들도 민간 중심으로 도심 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정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본다.
관건은 공급대책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되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가 빨리 구체화돼야 한다. 전문가들이 최우선으로 꼽는 과제가 재건축부담금 문제의 개선이다. 현재까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수억 원대의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아파트 단지가 전국적으로 70여 곳에 이르면서 재건축이 거의 멈춰진 상태다. 과감한 감면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집값 안정이 가장 시급하고,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은 없다. 재건축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담금이 완화되지 않으면 공급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부담금 완화에 국회 다수의석의 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합리적인 정부안을 바탕으로 야당을 적극 설득해 국회의 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또 넘어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