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나 TV 등 ‘먹방’ 콘텐츠에서 면 요리를 먹을 때 익숙하게 들리는 소리다. 많은 양의 면을 끊지 않고 한입에 흡입하듯 먹는 이 방법은 면치기라고 불린다. 먹방 콘텐츠에서 면치기는 잘 먹는 사람의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그간 면치기에 대해서 일부 불호의 목소리가 있긴 했지만, 큰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이 면치기 논란에 불을 지폈다.
13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는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이정재가 국수를 조용히 끊어 먹는 것에 패널들의 아쉬움과 질책이 쏟아졌으며, 현장에 함께 있던 방송인 이영자가 “왜 국수 먹는데 소리를 안 내느냐”며 직접 면치기를 선보였다.
방송 직후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이를 비판하는 반응들이 다수 올라왔다. ‘왜 면치기를 강요하느냐’는 것이 골자로, 이전부터 면치기가 인기를 끈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의견들도 줄을 이었다. 식사 중에 소리를 내 예절에 어긋날뿐더러, 면치기를 하며 사방으로 국물이 튀어 비위생적이라는 것이다. 방송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면치기를 강요 당한사례가 다시 공유되기도 하며 ‘면치기 비판론’에 힘이 실리게 됐다.
면을 소리 내며 흡입하듯 먹는 문화의 유래에 대한 설은 다양하다. 시초는 중국 송나라 때 귀족들이 먹은 생일 국수인 ‘장수면’으로 추정된다. 당시 국수를 끊지 않고 먹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생겨 면발을 끊지 않기 위해 면치기를 해야 했다는 것.
면치기가 대중화된 것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엄숙한 예법과 정숙한 수행을 강조하는 일본 불교 선종에서는 고된 수행을 마무리하며 국수를 먹곤 하는데, 여기에서 자유롭게 소리를 내며 식사를 할 수 있게 허용해 잠시나마 수행의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소바 등 면 요리를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듯 먹는 방식이 전래 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스스루(ススル音)’라고 한다. TV 등 대중매체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대중적인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일본도 ‘스스루’에 마냥 호의적인 반응은 아니다. 일본에는 ‘누들 해리쉬먼트(noodle harassment, 면으로 괴롭힘)’라는 용어가 있는데, 주변에서 국수를 마시듯 소리 내며 먹는 것이 고역이라는 뜻이다. 2021년 일본 매체 ‘시라베’가 일본 남녀 10~60대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인원 1798명 중 20.1%가 ‘스스루’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선호 경향은 응답자 연령이 낮을수록 높아졌다.
일본과 몽골 등 동양권 나라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에서 면치기를 결례로 여긴다. 서양권에서는 파스타를 포크로 말아먹는 등 면을 소리 내며 먹는 것을 결례로 여긴다. 한국에서도 식사 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로, ‘면치기’는 일제강점기 혹은 일본 문화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면치기’ 강권에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은 이를 관대하게 용인해 온 일반적인 식습관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매도하기 시작한 것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