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구성원의 과반이 앞으로 10년간 위상이 지금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의 연구 경쟁력 약화가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서울대에 따르면 학교는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난해 11월 교원·학생·직원·동문 등을 대상으로 대단위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은 서울대의 현재와 미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10년 전 대비 현재 서울대의 위상을 묻자 '하락했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 응답자 중 15%만 '위상이 상승했다'고 답했고 45%는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10년 뒤 전망은 더 우울하게 나왔다. '위상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15% 미만에 그쳤고, '하락 혹은 매우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은 50%를 넘겼다.
응답자들은 △경직적·관료적 운영 시스템 △무사안일·매너리즘적인 조직문화 △양적 성과에 편중된 전략 방향성 등을 위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기발전계획위원회는 "철저한 내부 개혁 없이는 서울대의 위기가 향후 더 증폭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원회는 특히 서울대의 연구 경쟁력 약화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다. 서울대의 논문 피인용 횟수나 '피인용 상위 1%' 연구자의 수가 MIT·하버드·스탠퍼드·싱가포르대 등 해외 명문대보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 1인당 연구비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지난 10년간 서울대의 전체 연구비는 불과 2.5% 증가하는 데 그쳤고, 교원 1인당 연구비는 오히려 0.7% 감소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고려대, 성균관대의 교원 1인당 연구비가 10년간 67∼97% 증가한 것과도 대조됐다.
위원회는 "이 격차가 장기적으로 연구 성과의 차이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연구비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수 교원·학생 유치, 미래 사회에 기여할 연구주제 발굴, 학제 간 융합·혁신 연구 등에도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 6월 9일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2022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29위에 올랐다. 국내 대학이 30위 안에 든 건 이 평가가 시작된 2003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종전 최고 순위는 2014년 서울대가 기록한 31위였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교육 환경(교수 대비 학생 비율)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연구의 질(質)을 나타내는 지표는 일제히 하락해 한계를 드러냈다.
연구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논문 피인용 수는 37곳(90%)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대학교수들이 발표한 논문을 다른 학자들이 얼마나 인용하고 있는지 따져 연구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이 부문에서 광주과기원(6위)과 포스텍(26위), 카이스트(27위)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이 선전했지만 대다수 대학(29곳)은 600위 밖으로 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