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빚 많은 항공사 직격탄…車·조선 등 수출기업 수혜

입력 2022-08-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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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산업별 영향 엇갈려
반도체 업황ㆍ인플레법 대외ㆍ러시아 전쟁 불확실성 확대…환율 효과 상쇄 우려도

(조현호 기자 hyunho@)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산업별 상장기업들의 명암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달러 빚이 많은 항공사 등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자동차와 조선 등 수출기업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개별 종목들의 주가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자동차와 조선 등으로 구성된 운수장비 업종지수는 하락장 속에서도 전 거래일 대비 0.97% 상승했다. 수출기업인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에 장비를 공급하는 기계 업종도 1.73% 올랐다. 반면, 항공사들로 주로 구성된 운수창고는 1.82% 하락했다.

리오프닝에 살아나던 항공, 환율 폭등에 ‘덜덜’

원·달러 환율 상승 피해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은 항공업계다. 항공운송은 영업상 환율 노출도는 크지 않지만, 순외화부채 규모가 매우 커서 환율 변화 시 외화환산 관련 영업외손익과 재무비율 변동이 크다.

한국신용평가가 환율변동이 산업별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17개 업종 가운데 항공운송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유일하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한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약 35억 달러(약 4조6840억 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환율 10원 변동시 약 35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의 10% 상승시 약 3586억 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LNG와 원유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순수입 업종인 발전, 정유업도 환율 상승에 따라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신평은 평균 환율이 1200원일 경우 정유산업의 영업수익률 개선 폭은 약 1.2%P(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평균 환율은 이미 1252.33원(매매기준율)으로 예상을 웃돌고 있다.

수출주 ‘車·조선’ 실적 개선 기대

순수출 비중이 가장 높고, 환율 변동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조선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경우 대부분 달러화로 계약이 이뤄지며, 이를 기초로 매출이 발생한다. 따라서 계약기간 내 환율변동은 고스란히 원화 매출 변동으로 반영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자동차 기업의 수출 마진과 가격 경쟁력도 강화된다. 현대차의 경우 6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면 311억 원 정도, 수출비중이 큰 기아는 10% 상승시 3115억 원 정도가 수익성(법인세비용차감전 순이익)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잡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달러 강세로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1조3000억 원, SK하이닉스는 3000억~4000억 원 수준으로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당기순이익이 2505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환율 효과 상쇄 우려도

다만, 최근 불거진 대외 불확실성으로 환율 수혜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8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글로벌 수급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환율 상승효과는 무의미해진다.

자동차 업계도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걸림돌로 떠올랐다. 국내서 전기차를 전량 생산하는 현대차와 기아 등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겨울철 에너지대란이 벌어지거나 코로나 재유행으로 중국이 추가 봉쇄에 나설 경우 물류 운송 차질이 빚어지면서 환율 수혜를 기대하는 수출기업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 달러는 연준의 정책 기조와 미국과 유럽의 체력 차이를 반영해 강보합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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