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책 ‘최소한의 이웃’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허지웅은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짜 위로는 동굴 밖에 또 다른 동굴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그런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질 수 없는 평정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러한 위로는 이미 평정을 되찾은 이웃만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소한의 이웃’은 허지웅이 고단했던 청년 시절과 암에 걸려 분투하는 기간에도 끝내 놓지 않았던 질문에 관한 책이다. 그 질문은 ‘이웃’이라는 단어로 수렴한다. 그는 이 책에서 단 한 사람과 특별한 애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최소한의 온정을 베풀며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허지웅은 “이웃으로 같이 산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최소한’을 선택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거나 이웃과 소통하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게 아니다. 그게 먹힌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웃 없이는 내가 나로서 기능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생계를 위해 회사의 일원으로, 누군가의 부모나 자식으로 기능하려면 이웃 없이 불가능하다.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서는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며 출간 계기를 밝혔다.
이 책은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된 산문집이다. 짧은 글이지만 거기에 담긴 사유는 깊고 넓다. 허지웅은 일상에서 찬찬히 길어 올린 이웃과 관련한 이야기를 특유의 냉소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그는 “기본적으로 나는 단문을 쓰려고 노력한다. 근데 마냥 문장이 짧으면 읽는 사람의 호흡이 가빠진다. 그러니까 독자들이 일정 호흡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을 적절하게 섞는다. 독자가 숨이 막혀서 도망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지웅은 이날 간담회에서 “항상 글을 쓸 때, 책을 안 읽는 사람을 타깃으로 한다”는 독특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책을 좋아하고 글을 수월하게 잘 읽는 분들은 내가 어떻게 써도 읽는다. 다만 읽는 습관이 없는 분들은 읽고 싶어서 책을 구매해도 끝까지 못 읽는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한 편당 글의 길이를 줄였다”며 “평소에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 문장을 읽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짧은 문장에도 사유를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사유라는 게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 여러분들도 평소에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가 대신 글로 정리해서 말해줄 뿐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암으로 투병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내가 살 줄 몰랐다. 그러다가 내가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면서 깨달았던 사유가 이 책에 많이 담겨 있다”며 “독자들이 돈이나 부동산 말고 무엇을 내 자식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될 때 이 책이 아주 작은 가이드가 된다면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