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전환사채 중 40% 빚 탕감 계획
무선통신 사업을 영위하는 에이스테크가 본업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전환사채(CB) 등 사채 발행을 통한 빚 돌려막기가 지속하고 있다. 국내외 불문하고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 본업 회복 이후 수익성 회복이 없지 않고서는 회사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스테크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엔브이메자닌플러스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대상으로 400억 원의 CB(51회차)를 사모 발행하기로 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는 6%이며 전환가액은 7684원이다.
에이스테크는 CB 발행으로 조달하는 자금 중 24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160억 원은 채무상환에 쓸 계획이다. 조달 자금 중 40%가 빚 상환에 쓰이는 셈이다.
회사의 빚 돌려막기는 실적 부진에서 기인한다. 에이스테크는 RF 부품과 기지국용 안테나, 라디오 시스템을 주로 생산한다. 5G 이동통신의 도입으로 수혜가 예상됐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요 고객사들이 통신 네트워크 구축을 최소화하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2019년 연결기준 매출 3786억 원에서 이듬해 2108억 원으로 급감했고 작년에도 2328억 원에 그쳤다. 수익성에서는 2019년 영업이익이 27억 원이었으나 2020년 614억 원, 2021년 3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2년간 누적 적자가 1000억 원에 육박한다. 확진자의 감소로 올해 투자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상반기 매출은 전년과 유사한 1132억 원에 그쳤고, 그나마 영업손실은 125억 원으로 작년보다 소폭 줄었다.
이미 금융권에서 상당한 차입을 끌어다 쓴 에이스테크는 사채 발행을 통해 이자비용 부담을 낮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테크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은 단기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4.3~9.5%에 달한다.
에이스테크는 2020년 5월 34회차 CB(350억 원)를 시작으로 사채 발행을 통해 채무상환에 나섰다. 당시 350억 원 중 258억 원이 빚 상환에 쓰였고, 3개월 뒤 찍어낸 37회차 CB 250억 원은 전액 채무를 상환하는 데 투입됐다. 이후로도 2021년 7월 44회차 CB 250억 원 중 100억 원, 같은 달 250억 원 규모 45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100억 원, 올해 4월 49회차 CB 100억 원 중 32억 원으로 빚을 갚았다.
이때 찍어낸 사채 모두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0%이거나 2%에 불과했다. 그나마 최근 발행한 49회차 CB만 이자율이 5%로 비교적 높았으나 금융권의 차입금 이자율과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한다.
본업은 부진하고 사채 발행이 늘면서 회사의 부채비율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2019년 326.9%로 낮아진 부채비율은 작년 444.6%로 올랐고 올 1분기에는 536.0%까지 치솟았다가 2분기 현재 416.4%를 기록 중이다.
이와 관련 외부감사인이 작년 처음으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에 대해 지적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일회계법인은 작년 결산과 관련해 거액의 영업손실, 마이너스의 영업현금흐름 발생을 들며 “코로나19가 계속되는 경우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활동 과정을 통해 장부금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한가지 긍정적인 것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해외 다른 나라의 5G 투자 확대로 실적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SK증권 나승두 연구원은 6월 낸 보고서에서 “유럽ㆍ인도 지역 등을 중심으로 5G 네트워크 관련 투자 집행이 예상되고, ‘Open RAN’을 도입하는 통신사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커지는 시점”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