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는 레트로 캐릭터 제품들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기존 어린이 고객 외에도 키덜트(키즈+어덜트), 어른이(어린이+어른) 등으로 불리는 고객들이 추억을 떠올리며 이들 제품의 큰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7일 롯데제과는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디지털몬스터’ 캐릭터를 포장지에 담은 ‘디지몬빵’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디지몬빵은 ‘아구몬의 허니크림빵’, ‘텐타몬의 고소한 땅콩샌드’, ‘파닥몬의 마롱호떡’, ‘파피몬의 파인애플케이크’ 4종으로, 최근 인기가 높은 아이템인 디지몬 띠부씰이 무작위로 들어간다.
디지몬 캐릭터는 포켓몬과 쌍벽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릭터 분야에서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메가히트를 기록하자 관련 업계에서는 디지몬빵 출시설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디지몬빵을 내놓으면서 포켓몬빵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빵 인기의 큰 요인 중 하나인 띠부씰 182종을 넣은 것만 봐도 이를 증명한다. 캐릭터빵 돌풍을 일으킨 포켓몬빵은 올 2월 재출시해 한달만에 610만 개를 팔아치웠고 지난 17일 기준 7900만 봉을 판매했다. 디지몬빵 역시 출시 초부터 편의점에 발주제한이 걸리는 등 인기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30대 후반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밭두렁’도 재탄생했다. 최근 신세계푸드는 3040세대를 겨냥해 ‘밭두렁’과 손잡고 ‘밭두렁 옥수수 크림 소보로’을 선보였다. ‘밭두렁 옥수수 크림 소보로’는 빵 사이에 옥수수 크림과 함께 콘크런치를 넣어 밭두렁 특유의 식감을 살린 제품이다. 패키지에도 ‘밭두렁’ 과자의 레트로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어릴 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입혔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도 이달 4일 검정고무신 속 등장인물이 먹던 바나나, 크림빵, 만두, 자장면 등에서 영감을 얻은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가 즐겨 먹는 바나나에서 착안한 'B750 검정고무신 바나나'는 출시 일주일 만에 초도물량 8만7000개를 모두 소진했다. 추억의 먹거리 '산도'와 '바나나 우유' 협업 상품의 매출 역시 협업 이전보다 판매량이 각각 9배, 5배가량 증가했다.
주류업계 역시 레트로 감성으로 어른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제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은 5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등장인물 고길동을 모티프로 한 ‘고길동에일’을 출시했다. 고길동은 방영 당시 둘리를 혼내는 나쁜 아저씨로만 비쳤지만 주 시청자인 어린이들이 고길동 나이로 성장하면서 차츰 인정 넘치고 마음 넓은 어른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고길동에일’은 힘든 일과를 보낸 ‘어른이’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기분 좋은 트로피컬 향을 담았으며, 일반적인 에일 맥주보다 씁쓸한 맛을 낮춰 퇴근 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더쎄를라잇브루잉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되며 인기를 얻은 고길동의 스토리를 맥주에 담아 ‘고길동에일’을 출시하게 됐다”면서 “고길동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3040세대뿐 아니라 뉴트로를 즐기는 MZ세대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탁주제조업체 이동주조1957은 4월 MBC 드라마 ‘전원일기’와 컬래버한 막걸리 ‘전원일기 이동 막걸리’를 출시했다. ‘전원일기’는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MBC드라마로 22년이라는 역대 최장수 방영 기록을 가진 드라마로, 이 제품은 4050 소비자들의 추억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처럼 레트로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은 MZ세대를 비롯해 4050세대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위해서 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추억을 충족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들 제품 판매 역시 크게 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아이템과 연계해 출시되는 제품들은 1020세대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3050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되살리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판매량이 늘면서 한동안은 대세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