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50%의 중산층·빈곤층과 격차 더 벌어져
‘팀 바이든’ 아이비리그 출신 인사 트럼프 정권보다 두 배 많아
연이은 정책 실패로 엘리트 반감 커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양극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소득 격차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로 더 커지게 되면서 부유층과 서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게 됐고, 엘리트들이 장악하고 있는 정치권 또한 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책 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배 계층이 엘리트 중심으로 공고해질수록 불평등에 지친 서민들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포퓰리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트럼프 현상’이 짙어진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여러 학자와 함께 펴낸 2022년 판 세계 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위 10% 부유층이 전체 소득의 46%, 자산의 71%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기준 하위 50%의 중산층과 빈곤층의 소득 점유율은 13%, 자산은 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부가 상위 소수에게 극심하게 편중됐다는 이야기다.
상위 계층은 자본가와 고소득자와의 동일성이 커지면서 공고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인 블랑코 밀라노비치는 최근 미국 사회에서 자본소득과 임금소득의 일치성이 증가하고 있는 이른바 ‘호모 플루토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높은 자본 소득을 올리는 자본가와 고임금 노동자의 계층이 분리됐었는데, 이제는 높은 자본 소득을 거두는 사람이 높은 임금 소득도 받아서 두 집단의 동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의 쏠림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교육 격차가 꼽힌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8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미국 시민의 50%는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이 석사 학위 소지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학을 졸업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26%에 그쳤다.
부유층이 최상의 교육을 받고 부와 권력을 유지할 확률은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엘리트는 엘리트끼리 친분을 나누고 결혼도 한다. 엘리트의 ‘유유상종’은 집단의 고착화를 만든다.
엘리트의 고착화는 서민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서 미국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치와 경제 분야의 엘리트들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78%에 달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외교·경제팀 내 아이비리그 졸업생 비중은 4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전 정권의 20%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비리그가 아닌 델라웨어대학 출신이며 시러큐스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면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 출신이지만 전통 엘리트 대신 가족과 측근을 중용했다.
문제는 바이든의 엘리트 팀이 정권 출범 이후 여러 분야에서 연이어 정책적 실패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인한 후폭풍, 인플레이션 대응 실패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는 곧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엘리트들의 정책적 실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의 참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태의 배후에는 엘리트들의 결정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엘리트에 대한 분노가 포퓰리즘에 불을 붙이고 있으며 트럼프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성장·분배 전략과 정치·교육 개혁을 통해 부의 편중을 해소하고, 엘리트 계층의 공고화를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닛케이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