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해외 행보 미국 유력…파운드리 착공식 참석
연내 회장 자리 오르며 ‘뉴삼성’ 실현 기대감↑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 사업장을 잇달아 찾으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내에 이어 다음 달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현장 경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의 착공식 참석을 위해 재판이 열리지 않는 오는 추석 연휴께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고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의 미래 먹거리 점검을 위해 미국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 달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가 3나노(㎚·1㎚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본격 양산함에 따라 지난 6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3나노 양산에 돌입한 삼성전자와의 ‘3나노 전쟁’이 예고된 상태다. TSMC는 애플을 3나노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기감을 의식한 듯 최근 이 부회장은 복권 후 가장 먼저 기흥 연구·개발(R&D) 연구단지를 찾아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강조했다. 지난 6월에도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친 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인 것 같다”고 밝혔었다.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엄중해진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 복합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기술력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첫 해외 경영 행보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2공장 착공식을 찾아 반도체 기술 점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착공식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운드리 사업 외에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 미국과 반도체 협업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이 부회장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4(한국·미국·일본·대만)’와 관련해 미국 정치권과 관계자 등을 만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도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해외 행보를 확대하면서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전자·비(非)전자 계열사 사업장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왕성한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에 이어 해외로도 광폭 행보를 확대하며 그룹 체질 개선과 사업 확장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전략 제품에 대한 보고를 받고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MZ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또 이달 16일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RT(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 개발 결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사회공헌활동(CSR)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어 19일에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임직원들과 소통했으며 화성캠퍼스에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으며, ‘기술 중시’ 경영 기조를 비전자 계열사에도 확산하기 위해 24일 삼성엔지니어링을 방문했다.
한편, 업계에선 고 이건희 회장 2주기와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등이 있는 10~11월께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고, 대대적 혁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삼성이 발표한 450조 원 규모의 투자와 8만 명 신규 고용 계획의 차질 없는 실행과 함께 ‘뉴삼성’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