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5년 평균 대비 15% 줄어들 듯
인도도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 감소...수출 통제 검토
중국, 폭염 쓰촨성 벼 재배 지역 강타
연초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옥수수와 밀, 대두 가격은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선물 시장 가격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주 미국의 곡창지대 재배 현황을 보여주는 ‘프로 파머 투어’ 보고서가 나오면서 곡물 가격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지금부터 가을 수확이 끝날 때까지 가뭄 등 이상 기후로 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고음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미국 중서부 일부 농장주들은 옥수수와 콩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최대 옥수수 재배지인 아이오와주를 비롯한 주요 재배 지역은 올해 7월 내내 이어진 폭염으로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로 파머 투어에 따르면 메마른 토양, 우박, 메뚜기떼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 재배 지역이 발육 부진이나 갈변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곡물 수확량이 정부 공식 전망보다 4% 적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곡창지대뿐만 아니라 유럽과 인도, 중국에서도 폭염과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타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공동연구센터에 따르면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올해 옥수수 수확량은 5년 평균 대비 15%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쌀 교역량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인도도 올해 강수량 부족으로 올해 수확량이 8% 감소했다. 수확량이 감소하자 인도 정부는 가축 사료나 에탄올 제조에 쓰이는 싸라기 수출 통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기록적인 가뭄이 양쯔강과 쓰촨성 벼 재배 지역을 강타하면서 작황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니냐 현상도 글로벌 식량 위기를 키우는 악재로 꼽히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3년 연속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에 직면한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미국 전역은 물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주요 곡물 재배 지역 가뭄을 악화시킬 수 있다.
블룸버그는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 지역의 곡물 수출량 회복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폭염과 가뭄이라는 이상 고온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곡물과 대두 가격지수는 5년 평균보다 약 4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곡물 가격 급등은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농무부의 수석 경제학자인 조 글라우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소식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물동량은 정상 수준보다 훨씬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