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350원대로 치솟았다. 지난 주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강도 높은 통화긴축 발언으로 뉴욕증시가 3% 이상 내린 데 따른 후폭풍이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연례 국제경제심포지엄 ‘잭슨홀’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쉬어 갈 지점이 아니다”라며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6월과 7월에 이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고다.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꺾이면서 곧바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3∼4% 주저앉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 증시의 코스피지수도 29일 전 거래일보다 54.14p(2.18%) 빠진 2426.89로 장을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의 환율은 1350.4원으로 19.1원 치솟았다. 2009년 4월 29일(고가 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금융시장 변동성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고,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환율 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우리 금리 결정의 딜레마 또한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25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p 인상해 미국(2.25∼2.50%)과 금리 상단을 맞췄다. 한은은 10월과 11월에도 0.25%p씩 올린다는 입장이다. 그렇더라도 Fed의 9월 자이언트스텝이 현실화하면 다시 금리가 역전되고 격차도 벌어진다. 강(强)달러 기조에 따른 외국인자본 유출과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물가 문제가 더 심화하고 경기가 후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심각한 상황이다.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는 불가피한데, 환율이 치솟아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구조다. 주요국의 긴축에 따른 수요 감퇴로 우리 수출까지 둔화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무역적자 또한 급격히 늘고 있다. 이미 4월 이후 이달까지 5개월째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성장률도 가라앉는 복합적인 위기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는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가계와 기업의 막대한 부채와 경기 후퇴의 흐름이 우리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는 최대 걸림돌이다.
기본에 충실해 한국 경제의 체력과 건전성을 키우는 것 말고 달리 방도가 없다. 과감한 규제 혁신, 경제 구조개혁의 고삐를 죄어 성장잠재력과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율 폭등으로 언제 불안해질지 모르는 외환보유액 문제에도 더 큰 경각심을 갖고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