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보수적인 사내 문화나 경영 행태 등 비판적 태도 보여와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한국계 미국인 이규성(58) 씨의 사임 배경에 창업자들과의 권력 투쟁이 있었다고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빌 콘웨이와 대니얼 다니엘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1987년 공동으로 설립한 칼라일그룹은 KKR과 블랙스톤 등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사모펀드 회사다.
이씨는 2013년 칼라일에 입사, 4년 만인 2017년 글렌 영킨과 함께 공동 CEO가 됐다. 이후 영킨이 정계 진출 의사로 밝힌 2020년 9월부터 이씨는 단독 CEO가 됐다.
이씨의 사임은 5년 전 그를 영킨과 함께 공동 CEO로 결정한 창업자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이뤄졌다.
지난 6월 이씨는 칼라일 간부와 직원들까지 참석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과거 칼라일의 경영 행태와 사내 문화를 비판했다. 업계 최고였던 칼라일이 너무 느리고, 보수적인 사내 문화로 뒤처졌다는 말도 했다.
이씨는 창업자 중 하나인 루벤스타인의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칼라일이 고객 자산 운용 과정에서 루벤스타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된 데 문제의식을 가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창업자들은 이달 5일 이씨와의 화상 회의에서 칼라일의 경영과 투자전략 수립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씨는 이에 “인생은 짧다”며 차라리 회사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한 뒤 이틀 뒤인 7일 사임을 발표했다. 갑작스런 사임에 칼라일은 후임자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씨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였다.
이씨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KKR이나 블랙스톤 성과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이씨가 CEO가 된 뒤 칼라일의 자산은 3760억 달러(약 507조 원)로 93% 늘었다.
젊은 인재 고용과 여성과 유색인종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 정책으로 사내 평가도 좋았다. 칼라일 이사회는 2월 이씨에게 6000만 달러의 인센티브도 지급했다.
이씨도 5년에 3억 달러 조건으로 CEO 재계약을 논의하던 상태였다. 그러나 이씨가 칼라일에서 추진하던 개혁에 대한 사내 불만이 쌓였던 상황에 창업자들과의 갈등이 결정타가 되며 그는 회사를 떠났다.
이씨는 성과와 관련 없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보수를 챙기는 관행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일부 경영진은 불만을 표했고, 일부 직원은 퇴사를 하기도 했다.
칼라일, 블랙스톤 등 월가의 엘리트 기업들이 젊은 세대의 간부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창립자들과의 권력 충돌 역시 여전히 만연하다고 NYT는 분석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이씨는 매켄지와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를 거쳐 칼라일에 입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