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책정 시스템서 천연가스 가격 분리
전력용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도 검토
가스저장고 80% 채우는 목표 달성 임박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저녁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전력 시장에 대한 구조개혁과 함께 가격 안정화를 위한 긴급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전기 가격 상승은 전력 시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가스 가격이 더는 전기요금을 지배하지 않도록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유럽에서는 가장 저렴한 발전소가 먼저 전력을 공급하고 오름 차순으로 가장 비싼 발전소가 맨 나중에 공급한다. 전기요금은 가장 비싼 발전소의 한계비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문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들 비싼 발전소가 러시아 천연가스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독일 도이체빌레(DW)는 이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에너지 생산의 실제 비용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 사이의 차이가 생기게 되고, 특히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에 주력하는 회원국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이 아닌 천연가스 가격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전기 요금은 지난 10년간 평균 대비 10배까지 상승했다. 가스 가격이 14배 폭등한 영향이다.
이와 별개로 EU는 천연가스 저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가스업계단체인 가스인프라유럽(GIE)에 따르면 EU는 27일 현재 전체 저장용량의 79.4%를 채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EU는 11월 1일까지 저장고의 80%를 채운다는 자체 목표 달성을 2개월 앞당기게 됐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가스 저장 조치로 올 겨울철 난방 연료 수요의 25~30%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글로벌 석유 기업 셸의 벤 반 뷰어든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위기가 올해 단 한 번의 겨울로 국한되지 않을 수 있으며 몇 년간 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배급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효율 제고, 에너지 배급제, 신속한 대안 구축 등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