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내분이 기약없이 길어지면서 ‘윤핵관’과 이준석 전 대표가 동반퇴진해 수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상황이 악화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먼저 물러나는 방식으로 이 전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줘야한다는 주장이 거세다.하지만 윤핵관 전체가 아닌 권 원내대표만 물러나는 ‘상징적 해결’을 이 대표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권 원대대표 역시 앞날을 약속 받지 못한 채 ‘독박’을 쓰는 방식에 동의할지 미지수여서 돌파구는 쉽게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이준석 전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는 물러나야 한다”며 “권 원내대표의 경우 당 지도부 역할을 일주일 더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고, 이 전 대표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계속하게 되면 해당 행위만 쌓여 가므로,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됐다. 더 이상 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양측의 동반 퇴장을 요구했다. 홍 시장은 “양측 모두 상식과 순리가 아닌 억지와 집착으로 눈살 찌푸려지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데 둘 다 똑같다. 그만들 해라. 정말 구질구질들 하다”고 비판했다.
당내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선뜻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선 이 전 대표의 경우 TK지역에 머물면서 추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당원 가입과 SNS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복귀하면 윤핵관들을 정치에서 은퇴시킬 것”이라는 등 당 대표 복귀를 전제로한 명제들도 내놓고 있다. 이번 싸움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은 물론 앞으로도 당 대표직 등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이 전 대표가 ‘권성동 사퇴’에 호응해 함께 물러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의 경우 물러나면 ‘국회의원 권성동’이 된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물러나면 정당 대표였던 무직자 이준석”이라면서 “당 대표직과 맞바꾸자고 하려면 ‘윤핵관 전원 의원직 사퇴’정도는 돼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성 상납 의혹’ 등과 관련해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변수다. 현 시점에 이 전 대표가 물러날 경우 마치 의혹을 인정하는 듯한 시그널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도 ‘빈손 퇴진’이 달가울리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꼬일대로 꼬인 상황을 두고 물러날 경우 두고두고 ‘문제의 원흉’으로 남을 수 있는데다 향후 등장할 ‘해결사’를 위한 희생양 역할만 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버티는 이유다. 퇴진을 매개로 모종의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윤핵관을 대신해 악역을 맡아온데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불명예 퇴진을 받아들 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