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정부 10년 분쟁 마무리…주요 4대 쟁점은?

입력 2022-08-31 16:09수정 2022-08-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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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 관련 법무부 브리핑 (신태현 기자)

◇관할…"청구인 자격 있는지·투자보장협정 소급 적용 되나"

중재판정부는 관할 관련 쟁점에서 론스타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각각 일부 인용했다. 론스타는 한국과 벨기에·룩셈부르크 사이에 체결된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우리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투자보장협정은 발효 이전에 론스타와의 분쟁이 생겼으므로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론스타는 소급적용이 가능하고, 되지 않더라도 한국 정부의 조치는 협정 발효 이후까지 지속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보장협정은 국가 간 투자를 촉진·보호하기 위해 외국기업에게 자유로운 사업 활동·이익의 국외송금을 보장하고 해외투자 리스크 등을 회피하는 내용을 담은 상호간 협정을 말한다. 한국과 벨기에·룩셈부르크 사이에 체결된 투자보장협정은 1976년 체결돼 2011년 발효됐다.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2006년부터 시작됐으므로 2011년 발효된 투자보장협정은 분쟁에 소급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론스타 측 청구인은 론스타가 벨기에에 설립한 7개·룩셈부르크에 설립한 1개의 페이퍼컴퍼니다. 우리 정부는 론스타 본사를 제외한 7개 청구인에게는 소송 제기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과세 처분으로 손해를 본 것은 본사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론스타는 본사 외의 청구인도 모회사에 대한 다툴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중재판정부는 "청구인 모두 과세 대상 투자 자산의 법률상 소유자"라며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HSBC 매수 '부당 지연'했는지…하나은행 매수시 가격 인하 압박했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압력이 있었는지는 론스타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먼저, 중재판정부는 외환은행 지분을 HSBC에 매각할 때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론스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2007~2008년 HSBC에 매각하려 했다. 론스타는 "당시 금융위원회가 법에 규정된 심사기간을 초과하는 등 부당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했다"며 "이로써 매각이 무산돼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법 규정은 권고에 불과하고, 론스타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심사 연기는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HSBC 관련 론스타의 주장은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우리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다만, 2011~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인한 유죄 판결이 외환은행 매매 대금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소수의견이 있어 손해 인정 금액은 절반만 인정됐다.

론스타는 금융위원회가 매각 승인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하나은행과 공모해 외환은행 매각 금액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입장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서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했고, 매각 가격은 이를 반영한 협상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중재판정부는 매각 승인 지연은 금융위원회의 권한이 아니라며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지만 형사사건 유죄 판결의 영향도 있다며 론스타 측 손해는 인하된 외환은행 매각가격 4억 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 1650만 달러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재판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에 발생한 손해의 책임 근거가 한국 정부에 있는지를 주로 살펴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론스타,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조세…“자의적‧차별적 대우 아니야”

중재판정부는 조세 관련 쟁점에서 론스타 주장은 기각하고 우리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청구 액수가 가장 컸던 부분으로 우리 정부가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대한 면세혜택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벨기에 이중과세방지협정(조세조약)으로 벨기에 법인의 국내 거래에 일부 면세혜택을 주지만 론스타에 그런 혜택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정부가 론스타에 많은 과세를 부과하기 위해 론스타가 국내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따져봤고 소득 실질귀속자 판단 등에 있어 일관성 없는 자의적 기준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원칙과 법에 따른 것이라며 맞섰다. 법무부에 따르면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들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도관회사’로 한국과 국제 조세법에 인정되는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면세혜택을 부여하지 않았다. 또한, 조세조약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입증책임은 납세자에 있고 세무당국은 관련 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에 대한 우리정부의 과세처분이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표 이전에 있었기 때문에 관할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 측의 HSBC 관련 청구와 일부 조세 청구는 본안 판단 범위에서 제외됐다.

특히 우리 정부의 실질과세원칙 등을 고려할 때 과세처분은 국제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론스타를 자의적‧차별적으로 대우하지 않았으며 수용금지 등 투자보장협정상 의무 위반도 없다고 판결했다.

◇손해액…“HSBC 매각 결렬, 론스타가 자초한 일”

론스타가 우리정부에 청구한 금액은 46억7950만 달러(약 6조1000억 원)다. 여기에 2013년 9월 30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 그리고 기타 법률비용 및 중재비용 지급까지 청구했다.

또한 손해의 완전한 보상을 위해 향후 중재판정의 손해배상액에 부과될 수 있는 한국 및 벨기에의 세금 약 21억8850만 달러(한화로 약 2조8000억 원)도 함께 청구했다.

정부는 론스타의 청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액은 실제 계약금이 아닌 당시의 시장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수승인 지연과 론스타의 손해 사이에서 인과관계가 희박하며 HSBC 매각 결렬로 인한 손해 역시 론스타가 자초했다고 봤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는 세금 부과 여부와 액수가 확실하지 않은 추가 세금 청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도 판정금에 대해 미리 부과될 세금까지 감안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며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 3명 중 1명(소수의견)은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 지연의 원인은 론스타에 있다고 판단했다. 중재판부 소수의견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인한 유죄판결로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가 지연됐고 이는 론스타가 자초한 것이며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소수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날 ISDS 사건 판정 선고 관련 브리핑에 직접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소수의견이 우리정부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정부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이번 판정은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만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신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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