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산골 마을에서 횡행하는 신부납치 관행부터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는 로힝야족의 현실까지, 아시아와 전 세계의 뜨거운 이슈를 카메라로 담아낸 53개국 다큐멘터리 138편이 오는 22일 개막하는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상영된다.
31일 서울 사당 아트나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정상진 집행위원장은 “좋은 다큐멘터리를 관객들이 폭넓게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장병원 수석프로그래머, 강진석, 채희숙 프로그래머, 김선아 DMZ Docs 인더스트리 총괄 프로듀서가 함께했다.
개막작은 루크 코니시 감독의 ‘킵 스테핑’이다. 호주 최대 스트리트 댄스 경연에 참여한 이민자 여성 댄서들의 삶과 경쟁을 이야기하는 음악 다큐멘터리다.
장병원 수석프로그래머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두 인물이 댄스 경연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흥분된 춤 장면과 함께 보여준다. 좌절하지 말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자는 단순하지만 용기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선정 이유를 전했다.
내한한 ‘킵 스테핑’ 출연자인 브레이크 댄서 패트리샤는 22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상을 겨루는 경쟁 부문에서는 아시아와 전 세계의 이슈를 이야기하는 22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베트남 북부 산간 마을에서 벌어지는 신부 납치를 공론화하는 ‘안개 속의 아이들’, 미얀마 정부로부터 박해받는 로힝야족 여성들의 출산을 돕는 임시 산파소 이야기 ‘미얀마의 산파들’, 탈레반으로부터 고문당한 아프가니스탄 언론인의 현실을 고발하는 ‘에틸라트로즈: 아프간의 기자들’, 재판 없이 형무소로 보내진 4.3 당시의 여성들을 조명한 ‘돌들이 말할 때까지’ 등이다.
강진석 프로그래머는 “전통적 다큐멘터리 애호 관객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사회, 역사, 지정학적 이슈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모두 흥미로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이 제작비 투자를 끌어내고 영상 콘텐츠 업계 관계자와의 교류를 도모하는 산업 프로그램 DMZ Docs 인더스트리는 영화제에 1주일 앞선 20~25일 사이 열린다. 미국의 방송 플랫폼과 세일즈 담당자 80여 명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현재 기획 중인 다큐멘터리 23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덕션 피치’ 무대에는 ‘B급며느리’를 연출한 선호빈 감독, ‘버블 패밀리’를 연출한 마민지 감독 등 한국의 젊은 다큐멘터리 창작자와 일본, 중국, 인도, 이란 등에서 모여든 해외 감독들이 경쟁에 오른다.
DMZ Docs 인더스트리를 통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전체 금액은 약 4억 원 규모다. 이미 촬영을 마친 뒤 편집 단계에 진입한 작품들에 1억 9500만 원, 중단편 영화들에 1억 5000만 원 등을 차등 지원한다.
24일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를 연출한 존 최 감독,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의 김태훈 PD가 참석해 지난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는 스페셜 토크가 열릴 예정이다.
김선아 총괄 프로듀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 산업 플랫폼으로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이 매년 제작 중인 작품을 들고 문을 두드린다. 올해는 40개국 240편의 작품이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17개국 70개국 작품을 선정했다”고 전했다.
올해 영화제는 창작자에게 80%가량의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설계한 다큐멘터리 전용 OTT 플랫폼 ‘보다(VoDA)’를 통해 80여 편의 상영작을 스트리밍한다.
제14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은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메가박스 백석,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에서 열린다.
DMZ Docs 인더스트리 행사는 그에 앞선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빛마루 방송지원센터 등지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