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 격전지 미국 시장에서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이 피지오겔 북미 사업권을 사들이고, K뷰티 대표 브랜드인 더크렘샵을 인수하자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의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을 인수해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타타 하퍼’ 브랜드의 운영사인 ‘타타 내츄럴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1일 밝혔다. 아모레는 이번 인수를 위해 유상 증자로 약 1681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타타 하퍼’는 미국 뷰티 시장을 주도하는 ‘클린 뷰티(Clean Beauty)’트렌드를 선도하며 가파르게 성장 중인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다. 2010년 탄생해 유전자 조작 원료(GMO), 첨가제, 인공 색소 및 향료, 합성 화학물질 등이 포함되지 않은 100% 자연 유래 성분만을 사용하며 네타포르테, 컬트 뷰티 등의 온라인 채널 및 세포라, 니만마커스 등 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를 통해 북미 뷰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타타 하퍼와 함께 강도 높은 마케팅 활동을 펼쳐 북미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타타 하퍼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카테고리 확장을 시도한다. 생산물류 시설 및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타타 하퍼의 수익성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더불어 타타 하퍼의 북미, 유럽 비즈니스 확대와 아시아 시장 추가 진입을 위한 재정비 작업도 병행한다.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타타 하퍼는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브랜드”라며,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및 생산물류 인프라와 타타 하퍼의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 시너지를 발휘해 북미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는 최근 미국 사업에서 연착륙 중이다. 2002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을 팔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조8631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은 37%(1조8023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북미 사업 매출은 989억 원으로 직전년(766억 원)보다 29% 늘었다. 미국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5.5%로 1년 만에 1.1%p(포인트)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5256억 원으로 전 분기(4919억 원)에 비해 7% 가량 늘었는데, 이 가운데 북미 매출은 363억 원으로 직전분기(211억 원)보다 72% 치솟았다. 2분기에는 해외 매출이 4453억 원에서 2972억 원으로 33% 줄어든 가운데서도 북미 매출은 216억 원에서 360억 원으로 66.7% 치솟았다
실제 지난 6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참가해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행사에서는 라네즈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라네즈는 ‘뷰티 & 퍼스널 케어’ 카테고리 브랜드 랭킹 1위를 기록했고, 아마존 프라임 데이 베스트셀러 브랜드로 선정됐다. ‘립 슬리핑 마스크 베리향(Lip Sleeping Mask Berry)’는 아마존뷰티&퍼스널 케어 부문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제품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도 올해 역점 과제로 미국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북미 시장 공략법은 주로 M&A(인수·합병)를 통해서다. 2019년 미국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회사 뉴 에이본(New AVON)을 인수한 LG생건은 지난해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 회사는 사업권을 인수하자마자 아마존 내 피지오겔 브랜드스토어를 오픈하고, 코스트코 온라인몰에 입점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tic Fox)를 보유한 보인카(Boinca) 지분을 인수해 헤어케어 시장에도 진출했고, 5월에는 미국에서 사랑받는 베스트 K-뷰티 대표 브랜드인 더크렘샵(The Creme Shop)의 지분 65%를 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485억 원)에 사들이며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미국 사업이 연착륙하면서 중국에 치우쳤던 K뷰티의 수출도 다변화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53.2%에 달했던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의 중국 수출 비중은 올 상반기 46.5%로 6.7%p(포인트) 내렸다. 빈자리를 채운 것은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이다. 2019년만 해도 8.1%였던 미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9.2%에 이어 올 상반기 11.0%로 뛰었다. 일본 수출 비중도 10.1%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