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착륙 포기했다”…목표로 하는 것은 ‘그로스 리세션’?

입력 2022-09-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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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는 경기침체 공포에 3개월째 하락
잭슨홀 미팅 후 ‘그로스 리세션’ 관측 제기돼
낮은 경제성장·실업률 상승 장기화 용인
1994~95년 유사한 경험 있어…운에 의존하는 것 비판도

미국의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면서 최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를 포함해 미국증시 3대 지수는 나흘째 하락했고, 국제유가도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 공포에 3개월 연속 하락으로 8월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월간 기준 2년여 만에 최장 내림세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9.2%, 브렌트유는 12.3% 각각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사실상 연착륙을 포기하고 ‘그로스 리세션(Growth Recession·성장 침체)’을 타깃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게 된 배경에는 지난달 26일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이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추세 이하의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타이트한 고용시장 상황이 다소 완화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업 증가를 용인하겠다고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그는 또 “연준이 지금 물가를 잡지 못해 나중에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보는 것보다 긴축 기조로 기업과 가계가 견뎌야 할 고통이 더 낫다”면서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이전까지 공개석상에서 ‘소프트랜딩(Soft Landing·연착륙)’ 달성 가능성을 간간이 언급해왔는데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는 연착륙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연설에서 ‘연착륙’이란 단어가 사라지자 시장에서는 ‘그로스 리세션’이라는 개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재무 컨설팅 기업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 연설을 통해 연착륙 개념을 땅에 묻었다”면서 “이제 연준의 목표는 경제 성장을 잠재성장률(1.8%대) 이하로 낮추면서 인플레이션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잭슨홀 미팅 참석자였던 스웡크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갑작스러운 경기침체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스 리세션은 1972년 솔로몬 패브리컨트 뉴욕대 경제학 교수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급격한 경기침체나 실업률 상승이 일어나지 않고 경제가 안정기로 접어드는 연착륙과 달리 낮은 성장과 실업률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제 상황을 일컫는다. 패브리컨트 교수는 당시 그로스 리세션에 대해 “길가에 호랑이를 풀어놓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종이호랑이’는 아니다”고 표현했다. 즉 경기침체만큼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연착륙보다 경제적 위험이 크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94~1995년 연준은 금리를 두 배로 올려 의도적으로 경제 성장을 잠시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실업률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 폭이 크지는 않아 경제가 ‘그로스 리세션’ 상태를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대량 실업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 경제를 둔화시킨다는 것은 정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이 따라줘야 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미 경제가 취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면 ‘그로스 리세션’ 경로를 이탈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애널리스트는 “경제가 경계선에 있고 매우 취약하다”면서 “만약 어떤 것이든 궤도를 벗어나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단 실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가계지출이 줄어드는 등 나머지 요소들이 연쇄 작용을 해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로스 리세션’이 아닌 ‘진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이자 자산운용사 GMO 공동 창업자인 제러미 그랜섬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주식시장의 난기류에도 슈퍼버블 붕괴 순간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면서 “올해 여름 일시적인 랠리는 새로운 강세장이 아니라 전형적인 약세장 랠리라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약세장을 예측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경제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그로스 리세션(Growth Recession)
실질 경제성장률은 플러스(+)일지라도 성장세가 낮고 실업률 상승세가 이어지거나,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비해 낮게 유지되는 상황을 뜻한다. 경기침체는 아니지만, 경제적 위험이 큰 상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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