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채소류 가격, 기후 여건 악화 등으로 27.9% 급등…2020년 9월 이후 최대
채솟값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주춤했지만, 채소 가격의 가파른 오름세는 여전했다. 폭염·장마 등 기상 여건 악화로 호박, 배추 등 노지 채소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이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8월 채소류 가격은 전반적인 생산비가 상승한 가운데 폭우 등의 기후 여건이 영향을 미쳐 27.9% 급등했다.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채소류 중에서는 호박 가격이 1년 전보다 83.2% 급등했고, 배추(78.0%), 오이(69.2%), 무(56.1%)의 상승 폭도 컸다. 기상 여건에 영향을 받는 노지 채소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열무도 1년 전보다 54.3% 올랐고, 파(48.9%), 가지(46.4%), 미나리(39.4%), 감자(37.1%) 등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배추 한 포기의 최고가는 1만 원대를 훌쩍 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일 기준 배추(상품) 한 포기의 소매가격 최고가는 1만2300원을 기록했다. 평년 최고가(9264원)보다 32.8% 오른 수준이다.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464원으로 1년 전(4769원)보다 56.5%, 평년(5517원)보다 35.3% 각각 올랐다. 애호박(상품) 1개의 소매가격도 2655원으로 1년 전(1905원)보다 39.3%, 평년(1986원)보다 34.8%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열무(상품) 1kg의 가격은 4775원으로 1년 전보다 52.8% 뛰었고, 평년 대비로는 38.3% 상승했다. 최근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시금치(상품) 소매가격도 1kg 기준 3만51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 올랐고, 평년 대비로 보면 79.1% 급등했다. 가시계통 오이(상품) 10개 가격도 작년 동기보다 35.3%, 평년보다 49.8% 상승한 1만5207원으로 나타났다.
가격 변동성이 큰 채소류는 품목별로 상승 요인이 다르다. 우선 8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 폭이 가장 컸던 호박은 일조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호박은 일조가 부족하면 생장과 착과가 억제되고 낙과가 많이 발생하는 등 출하량에 큰 영향을 받아 장마 기간에 출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무와 배추는 작년보다 재배 면적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배추, 무 등 노지 채소의 경우, 보통 전년 가격을 보고 매년 재배 면적을 결정한다. 지난해 무와 배추의 물량이 많아 가격이 낮았고, 이로 인해 재배량이 줄어 가격도 오른 것이다. 여기에 폭염·폭우 등 기상 이변까지 겹쳐 가격 상승 폭이 가팔랐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시금치는 생육에 적정한 온도가 15~20도로 더위에 취약해 여름철에 물량이 제일 많이 줄어들곤 한다.
역대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국내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채솟값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태풍 힌남노가 강원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무·배추 수확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공급 물량을 당초 계획보다 3100톤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