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달러의 초(超)강세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우리 무역수지도 악화시키면서 경기와 성장을 후퇴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 악순환의 공포도 커진다. 여기에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 투자를 늘렸던 외국인들이 대거 자산을 내다 파는 ‘셀(sell) 코리아’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환율은 2일 1362.6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주일(8월 26∼9월 2일) 사이에만 31.3원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거듭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의 0.75%포인트 인상) 등 고강도 긴축, 중국 경기 둔화, 에너지 수입 부담 증대로 급격히 불어나는 우리 무역적자 등이 가파른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 중첩된 악재로 환율이 조만간 1400원 선까지 치고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자본의 이탈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환율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8월 한 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4조 원가량을 순매수했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일변했다. 9월 1~2일 이틀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760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코스닥과 선물시장에서도 각각 2152억 원, 1조3104억 원을 팔아 치워 자산시장 순매도 규모가 2조 원대다.
글로벌 핫머니가 한국 시장에서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경고등이다. 미국 Fed는 이달에도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해 곧 우리 기준금리와 역전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우리 무역수지의 구조적인 적자 누적 상황이 개선될 기미도 안 보인다. 외국자본 이탈이 가속화하면 우리 외환보유액의 안정성이 흔들린다. 7월말 외환보유액이 4386억 달러로 아직 건전성이 충분하다지만, 급속히 상황이 나빠질 경우 안심하기 어렵다. 우리는 과거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아직 크다.
국내 경제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에 빠져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일 내놓은 ‘환율상승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환율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고환율의 수출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에 대규모 자금 유출 우려만 크다고 진단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 높아진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불안을 줄이고 기업의 고비용 구조 경감을 위한 무역금융 확대, 원유 관세 인하, 통화 스와프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응급 처방들이다. 중요한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 개편과 경기 부양의 중장기 전략이다. 비상한 위기감으로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법인세 인하와 투자세액 공제 확대, 규제 철폐와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전방위적인 대책들의 신속한 실행이 다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