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경용 농진청 연구사 "이상기후로 사라지는 꿀벌, 디지털 벌통으로 지켜냅니다"

입력 2022-09-0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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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수명 늘리고 농작물 생산성도 높여…노동력 대체 효과로 소득 증대

▲이경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농업연구사.

"벌은 꿀만 생산하는 생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겨울에 먹는 딸기는 꿀벌이 없으면 생산할 수 없습니다. 벌은 인류 먹거리 생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중요한 생물입니다. 그런 꿀벌이 최근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경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농업연구사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연구사는 "꿀벌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사라지는 꿀벌을 막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꿀벌이 사라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한국양봉협회 현황 조사 등에 따르면 약 80억 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집단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산업의 피해는 물론 궁극적으로 농작물 생산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꿀벌을 통한 수정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사는 "우리나라 농작물에서 벌을 통해 생산하는 비율은 2011년 48.4%에서 2020년 67.2%로 높아졌고, 한해 사용되는 벌통의 수도 2011년 35만 통에서 2020년 61만 통으로 크게 늘었다"며 "딸기와 수박, 참외, 토마토 같은 작물의 생산에 화분매개용벌은 보편화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꿀벌 집단폐사로 인해 4월 참외, 5월 수박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사는 "매년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면 딸기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며 "봄에 먹을 수 있는 수박은 2~3월에 꽃이 펴 수정을 하는데, 겨울 월동시기에 꿀벌이 줄어들면 수정에 문제가 생겨 우리나라 봄 수박 생산량의 약 60%가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이 연구사는 사물인터넷 (IoT) 기술을 적용해 벌들의 생존력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벌통을 개발했다. 폭염으로 벌통의 온도가 올라가면 유충의 대사가 높아지고, 탄산가스 농도가 높아져 생존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일벌들은 환기 행동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벌의 화분매개 활동도 줄어들게 되고, 수명도 짧아진다.

이 연구사는 "화분매개용 디지털벌통은 벌통 내부의 온도와 습도, 탄산가스 농도를 모니터링하며 동시에 자동으로 최적의 환경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개발됐다"며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벌의 크기, 형태, 색깔을 학습시켜 실시간으로 벌의 활동량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벌통을 여름철 고온 비닐하우스에 적용한 결과 채종용 양파는 기존 벌통 대비 벌의 화분매개 활동량이 2.3배, 수정률은 1.3배 향상됐고, 여름 토마토에서는 활동량이 1.6배, 착과율이 1.5배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인공적으로 수분을 해야 하는 작물에서는 디지털벌통이 일손을 줄여주고 생산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이 연구사가 농업 현장에서 디지털벌통에 대해 컨설팅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참다래나 멜론, 딸기 등 농가에서 처음에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가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까지 들어오지 못해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기술을 받아갔는데 오히려 주변보다 큰 소득을 얻기도 했다"며 "힘들게 연구한 기술이 빠르게 농가에서 쓰여지고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연구사는 이번 연구 개발이 디지털양봉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식량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과수에서 화분매개벌을 통한 수분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1126억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디지털벌통 기술은 생산유발효과 12억 원에 달한다"며 "노동력 대체, 농작물 생산량 증가, 농약 살포량 감소 등 효과를 통해 농가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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