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내고 검찰을 떠나는 여환섭(사법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장이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은 국민들 호주머니 속 천 원짜리 한 장의 가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후보군이었던 여 원장은 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지난 정부에서 (검찰‧경찰) 수사권조정안이 국회에서 손쉽게 통과됐고 건국 후 유지된 검찰 제도의 근간이 바뀌는 법안이었지만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며 이처럼 말했다.
여 원장은 “국민이 검찰에서 해주기를 바라는 일이면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해야 한다”며 “거기에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신뢰를 얻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변화는 독임제 관청들의 집합인 조직의 특성상 구성원 전체의 일치된 공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수뇌부 몇 명의 의지로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직 구성원 전체가 정치적 외압에서 검찰을 지키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하고 투명성 확보 방안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중지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실천할 때 다가오는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원장은 “더이상 정치적으로 쟁점화된 사건 속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 획기적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논쟁의 사건이 발생하면 무작위로 추첨한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수사의 착수 여부, 사건 관계인의 소환 여부, 각종 영장의 청구 여부, 기소와 불기소 여부 등 모든 단계에서 위원회의 동의를 구하고 조사 과정에도 참관하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 종결 후에는 위원회로 하여금 백서를 발간해 국민들에게 수사결과를 소상히 알리고 절차나 재판이 끝난 후에는 기록을 모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앞서 여 원장은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원석(27기)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