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방어 위한 ‘이사 해임’ 조항 신설…‘초다수결의제’ 열화판 격
휴마시스가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인 가운데 주주가치를 제고할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주총 통과를 진정 원하는 안건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이사의 해임을 까다롭게 하는 ‘이사의 해임’ 신설 조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지분이 7%대에 불과한 휴마시스로서는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보다 도입이 시급해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휴마시스는 10월 14일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군포공장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주총 의안으로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 이사 및 감사 선임, 정관 일부 변경, 현재 주당 100원인 액면가를 500원으로 병합하는 액면병합 등을 다룬다.
이번 주총과 관련해 휴마시스는 소액주주로부터 안건 상정에 대한 제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소수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투표제의 도입 및 이를 위한 정관 변경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경영을 전문적으로 책임질 이사 1명과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타 법인 인수 등을 위한 M&A 전문가인 이사 1명 등 총 추가 이사 2명 선임 △소액주주의 추천을 받은 감사의 추가 선임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한 이사진들의 정당한 보상을 위한 임원 보수 한도를 50억 원으로 증액하는 것 등이다.
이 제안 중 사측이 주총 의안으로 선택한 것은 임원 보수 한도 50억 원 증액과 전자투표제 도입 및 이를 위한 정관 변경이다. 이사 보수한도 승인과 관련해서는 소액주주 제안과 별개로 이사회는 30억 원 증액을 안건으로 올렸다.
휴마시스는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감사의 선임’과 관련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감사의 선임 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는 종전과 같으나 “상법에 따라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경우에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써 감사의 선임을 결의할 수 있다. 감사의 선임 또는 해임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는 초과하는 주식에 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사측은 이외에 주주가치 제고의 방편으로 분기배당도 신설키로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휴마시스가 주총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사의 해임’과 관련한 정관 조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인해 신규로 이사를 선임하거나 이사회 구성 이사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이사의 해임을 결의하는 경우에는 출석한 주주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의 수로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초다수결의제’의 다운그레이드로도 볼 수 있다. 휴마시스 역시 이 조항의 신설 목적이 적대적 M&A 방어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초다수결의제는 일반적인 주주총회 결의보다 더 가중된 결의방식을 말한다. 상법에서는 일반적인 안건에 대해 출석의결권의 2분의 1 이상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인 보통결의로, 이사 해임과 정관 변경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요구되는 특별결의를 따르도록 돼 있다. 휴마시스의 신설 조항은 특별결의보다 찬성표를 더 가중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요 안건에 대해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100분의 90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70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면 대상회사의 지배주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10%+1주 이상만 보유하고 있으면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중요 안건을 부결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휴마시스의 최대주주 지분은 차정학 대표(6.90%) 외에 배우자, 처남 내외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7.58%에 불과하다. 과거 매출 100억 원 미만에 영업적자를 내며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에는 경영권 방어 수단을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나, 코로나 진단키트 판매를 계기로 급성장한 현재는 적대적 M&A 취약한 최대주주 지분을 고려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 있어야 한다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휴마시스가 안건으로 올린 액면병합을 두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크다. 휴마시스의 현 주가는 1만5000원대이며 액면병합이 이뤄지면 7만 원대로 올라가게 된다. 주당 단가가 올라가는 만큼 접근성이 떨어져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액면병합이 이뤄질 시 반드시 무상증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