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센터, 스타트업 12만4006곳 분석
데스밸리 못 넘기고 폐업…"성장 더뎌, 폭 넓은 지원 필요"
국내 ICT서비스, 게임, 바이오·의료 분야 스타트업이 대부분 영업이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업종에서 상위 20% 수준의 기업일지라도 영업이익률은 0%에 가까웠다.
2일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센터 곽기현 연구위원이 발표한 ‘스타트업의 성장에 대한 심층 분석: 성장 궤적과 벤처캐피탈 투자의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중 하위 20% 기업의 창업 7년 차까지 영업이익률은 대부분 ‘0’에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본 연구는 한국기업데이터의 2005~2019년간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자료를 활용해, 2005~2013년 사이 설립된 스타트업 12만4006개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기업의 설립 시점부터 7년 차까지 총자산의 성장 궤적을 살펴본 결과, 상위 20% 수준 기업만 성장 곡선을 그렸으며, 대다수 스타트업은 업력 7년차까지 가파른 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중위 수준 및 하위 20% 수준 그룹에서는 업력 7년 차까지 이렇다 할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하위 20% 수준의 스타트업은 경우 업력 7년 차까지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거나, 오히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흐름은 대다수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 시점인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다윈의 바다’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현실과 일맥상통한다. 다윈의 바다는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기존 제품들과 경쟁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데 겪는 어려움 뜻한다.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신생 기업의 3년 생존율은 44.5%, 5년 생존율은 32.1%에 불과하다. 즉, 2014년도에 설립한 기업 중 2019년까지 생존한 기업이 10곳 중 3곳에 불과한 셈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ICT서비스, 바이오·의료, 게임 업종 스타트업의 성장이 특히 더디며, J커브의 성장 곡선을 그렸다. 이들 업종의 경우 상위 20% 수준의 기업일지라도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 거의 0%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게임 스타트업 중 하위 20%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창업 초기 -200%에서 7년 차에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CT 서비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창업 초기 -80%에서 업력 7년 차에 -10%를 웃도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ICT제조, 전기·기계·장비, 화학·소재와 같은 제조업종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이들 업종의 상위 20% 수준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약 10% 정도를 기록했다. 화학·소재 업종은 하위 20% 그룹도 업력 4년 차 이후부터 영업이익률이 2.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기현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스타트업 개별 업종 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고, 수익성의 경우 개별 업종별로 규모에 비해 더 큰 이질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업종별 세심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J자 커브를 그리며 성장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ICT서비스, 바이오·의료 업종 등은 폭넓고 얇게 지원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