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마약 범죄 대응 역량을 키운다. 나날이 늘어나는 마약 범죄를 관망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마약 검출 기술도 개발하는 등 범죄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이 압수한 마약량은 2017년 155kg에서 지난해 1296㎏(시가 1조 8401억 원)으로 8.3배 증가했다. 올 상반기 전체 마약사범은 85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3.4% 늘었다.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지 오래된 데다, 최근 몇 년 새 젊은 층 사이에서 마약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마약 유통과 범죄가 증가하자 검찰 내부에서도 위기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미국처럼 될까 봐 걱정"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최근에는 청소년 펜타닐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지 않았느냐. 손 놓고 있다간 한 집 걸러 한 집이 마약을 경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검찰이 가만히 있으면 사회적 책무를 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는 마약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길거리에 널리면서 ‘좀비랜드’라는 오명을 얻었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10월 '헤로인 월마트에 갇히다(Trapped by the Walmart of Heroin)'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몇 년 동안 켄싱턴에서 팔린 헤로인은 코를 훌쩍일 정도로 순수했지만 그해 여름, 예측할 수 없는 양의 펜타닐이 섞여 있었다"며 "필라델피아에서는 펜타닐과 관련된 사망자가 지난해 95%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이후 미국 18~45세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오남용일 정도로 지역사회를 파괴했다.
한국도 마약이 급속히 확산하자 법무부는 검찰이 마약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바꾸면서 마약(단순 소지ㆍ투약 제외)을 경제범죄로 재분류했다. 기존에는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의 소지ㆍ소유 범죄'로만 검찰 직접 수사를 제한했는데 시행령을 개정해 마약류 유통도 경제범죄로 규정해 검찰 수사개시 범위라고 해석했다.
검찰도 마약ㆍ조직범죄에 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마약범죄가 다크웹ㆍ가상화폐 등 온라인거래로 10~20대는 물론 주부, 공무원 등 다양한 나이와 계층으로 확산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관련 범죄 대응을 위해 DB를 구축하고, 국제공조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청과 관세청,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 수사협의체 구축도 도모한다. 전담검사 책임처리 체계로 처벌 강화와 범죄수익 박탈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검 과학수사부 법화학실은 세계 최초로 마약 코카인을 술에 타 복용한 경우 코카인과 알코올 성분을 동시에 검출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모발 시료로 알코올과 코카인 복용 사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코카인만 검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알코올 성분도 분석해 마약 피의자의 범행 혐의를 입증하거나 마약 노출 피해자를 가려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에서 코카인을 몰래 탄 술을 마셔 마약에 노출되거나 성범죄를 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며 "마약 감정 분야 기술을 선도하며 효율적인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