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로 숨진 희생자들의 입관식이 차례로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20분경, 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중 가장 어린 김모(14)군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김군은 당시 차를 빼러 나가는 어머니를 따라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평소 ‘엄마 껌딱지’라고 불릴 만큼 각별했던 아들이었다. 모친 김모(52)씨는 침수 현장에서 아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먼저 나가도록 피신시켰다가, 결국 주검이 된 아들과 입관실에서 마주했다.
세상을 떠나기에 아직은 앳된 김군의 모습에 가족들과 친인척들은 “저 이쁜 얼굴 어떡하노”, “못 보낸다”라고 울부짖으며 어린 김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입관 시간에 맞춰 입관실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10분 만에 들것에 실려 나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10분간 울음소리로 가득했던 입관실 역시 김군의 어머니가 떠나자 고요해졌다.
물이 차오르던 생사의 순간, 김씨는 아들에게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라며 김군을 설득해 내보냈다. 주차장에서 헤어지던 김군은 김씨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로 알려졌다.
김군의 아버지는 “집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다”라며 “아내는 지금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상태를 전했다.
입관식에는 김군의 친구 20여명이 함께했다. 친구들은 “김군은 우리와 약속이 있어도 엄마가 가자고 하면 약속을 깨고 가던 친구였다”라며 “엄마와 드라이브도 가고, 장도 함께 보러다닐 정도로 엄마와 찰싹 붙어다니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특히 김군의 빈소에는 포항 시내 중학교·고등학교 교장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관계자는 “학교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 제자이지 않나”라며 “위로의 마음을 보태야겠다 싶어서 조문했다”라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당시 침수 참사로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김 군 외에도 총 7명이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을 빼내려다가 사망했다. 이날 다른 희생자들의 입관식도 차례로 진행됐으며,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은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