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공기압에서 위아래 10% 안팎 조절
계절과 기온, 노면 상황 등에 따라 바꿔
상황종료 후 다시 적정 기준치에 맞춰야
타이어 진화는 자동차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차 성능과 내구성이 진일보할 때마다 타이어 역시 새로운 기술을 속속 도입하며 이를 뒤쫓았다.
20세기 말, 마침내 타이어의 진보가 자동차를 앞서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변화에 따라 수동적으로 개발됐던 타이어 기술이 차의 미래상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
자동차가 시대에 타협하며 현실에 머물러 있는 동안, 타이어는 이상을 앞세워 먼 미래를 내다보기 시작한 셈이다.
뜬그룸을 잡는게 아닌, 실제 결과물로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노면과 지형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타이어, 공 모양의 타이어 등 다양한 타이어 콘셉트도 등장했다. 이들은 이미 먼 미래에 머물며 자동차의 진보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실내를 닦고 차를 세차하는 것처럼 타이어 역시 관리와 점검, 활용도에 따라 차 성능을 크게 뒤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타이어의 공기압 조절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다. 일반 오너에게 타이어 공기압 조절은 먼 나라 이야기로 여겨진다.
실제로 타이어 공기압은 정비업소에 들렀을 때나 조절하는 항목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일반 오너들도 충분히 스스로 타이어 공기압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고 그런 장비가 이미 당신 차에 보관돼 있기도 하다.
이른바 '스페어타이어'로 불리는 예비 타이어는 운전 중 예기치 않게 타이어에 이상이 생길 때를 대비해, 차에 싣고 다니는 타이어다.
한때 예비 타이어는 의무장착 품목이었다. 정기검사 때 예비 타이어가 점검 항목이었다.
2000년대 중반, 예비 타이어 의무장착 기준이 사라졌다. 대신 타이어 펑크 수리 키트를 갖추는 조건이 따라왔다. 예비 타이어를 걷어내다 보니 상대적으로 차 무게를 줄일 수 있었고, 연비는 물론 배출가스에도 미세하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승차정원을 늘리기도 쉬워졌다. 예비 타이어 대부분이 차 뒤쪽 하단에 장착돼 있는데 이를 걷어내면 SUV나 미니밴은 손쉽게 7인승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승용차는 물론, SUV나 미니밴의 트렁크 아래 적재함을 열어보면 타이어 대신 공기압 주입기와 펑크 수리 키트가 들어있다.
이 가운데 공기압 주입기는 의외로 유용하다.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만 사용하는 게 아닌, 계절과 노면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이를 활용해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에 공기압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굳이 정비업소를 찾지 않고 운전자 스스로 공기압을 채워 넣거나 뺄 수 있다. 차 실내에 있는 시가잭에서 전원을 뽑아오는 만큼, 사용이 편리하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고 가벼워 여성 운전자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먼저 타이어 공기압은 자동차 제조사의 권고치를 따르는 게 가장 좋다. 출고 때 함께 오는 사용자 매뉴얼에 적정 공기압이 표기돼 있다. 운전석 도어를 열어보면 차종별로 제조사가 권고하는 적정 공기압이 표기돼 있기도 하다.
운전자는 상황에 따라 이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다. 적정 공기압을 기준으로 위아래 15% 범위에서 공기압을 조절하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성능을 낼 수 있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예컨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타이어 공기압을 10~15% 더 채워 넣는 게 맞다. 뜨거운 열기 탓에 타이어 공기압이 증가할 것을 대비 “공기압을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잘못된 정보다.
타이어 제조사들은 뜨거운 여름철 장거리 고속주행을 앞두고 있다면 오히려 타이어 공기압을 더 채우는 게 맞다고 권고한다. 달궈진 노면에 타이어가 맞닿을 때마다 타이어 표면이 물러질 수 있는데 이때 ‘스탠딩 웨이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고속주행을 지속하면 타이어가 터질 수 있다.
이때는 오히려 타이어의 공기압을 높이면 뜨거운 노면 탓에 발생하는 타이어의 형상 변화를 막을 수 있다.
다가올 겨울철에는 타이어 공기압 조절이 더욱 중요해진다.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하는 게 먼저지만 상황에 따라 타이어 공기압 조절만으로도 빙판길을 탈출할 수 있다.
빙판길에서 타이어가 헛돌기 시작했다면 구동 바퀴에 공기압을 10% 안팎 낮추는 게 대안이다. 타이어의 접지력이 커지면서 꿈쩍도 않던 차를 앞으로 밀어낼 수 있다.
타이어 폭이 넓다고 무조건 접지력이 상승하는 건 아니다. 타이어 접지력은 지면과 맞닿는 면적과 비례한다. 다만 트레드 패턴(바닥 면 모양)과 공기압 등에 따라 접지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울퉁불퉁한 오프로드 전용 SUV 타이어는 커다란 크기를 지녔으나 정작 타이어와 노면이 맞닿는 면적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에 장착된, 험악하게 생긴 오프로드 타이어보다 경차 모닝에 달린 소형 타이어의 접지 면적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커다란 대형 타이어라도 실제 노면과 맞닿는 면적은 커다란 엽서 크기에 불과하다.
반대로 오프로드용 타이어는 험로와 진흙 길에서 제 성능을 낸다. 울퉁불퉁한 타이어 표면 사이사이에 진흙이 스며든다면 이는 곧 엄청난 접지력을 낸다. 진흙과 맞닿는 면적을 모두 펼쳐 놓으면 기본 타이어 폭의 2~3배에 달하는 접지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
설령 내 차에 휴대용 공기압 주입기가 없다고 실망할 이유도 없다. 현대모비스에서 내놓은 순정 타이어 공기압 주입기는 온라인 몰에서 3만 원대에 쉽게 살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할 줄 아는 당신이 진짜 멋쟁이 드라이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