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중심 친환경·가치소비 부상, 중고거래 트렌드로 자리 잡아
유통업계가 24조 원 규모로 성장한 중고·리셀시장을 겨냥해 관련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친환경과 가치소비가 부상하면서 중고거래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와 옷 등 일상재를 취급하며 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촉발된 중고거래 시장은 최근 명품과 리셀(resell) 한정판으로 확장됐다. 트렌디한 제품과 명품 등 고급 소비재를 판매해왔던 기존 정통 유통업체인 백화점도 시장에 참전했다. 특히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짠테크’에 맞춘 중고거래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하나금융연구소 집계에 의하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 규모에서 코로나19 발생 첫해였던 2020년 20조 원으로 성장했다. 또한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 270억 달러(한화 약 37조 원)에서 2025년 77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고 상품을 사고파는 ‘리(Re)커머스’에 대한 관심 증가에 현대백화점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세컨핸드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재단장해 선보였다. 신촌점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중고품 편집숍으로 꾸몄다. 규모만 244평(약 806㎡)에 달한다. 입점 브랜드는 중고 의류 플랫폼 브랜드 ‘마켓인유’, 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 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 등이다.
마켓인유는 국내 최대 물량을 운영하는 세컨핸드샵이다. 최근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팝업 행사 방문 고객 중 80% 이상이 MZ세대일 정도로 젊은층에게 큰 관심 끌었다.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칼하트·리바이스·챔피온 등의 중고 의류 상품을 상시 6000여 벌 이상 판매한다.
리그리지는 미국·유럽·일본의 주얼리·테이블웨어·향수 등 빈티지 아이템으로 매자을 꾸렸다. 또한 미벤트에서는 희소성 있는 100여 개 이상의 중고 명품을 만날 수 있다. 빈티지 워치 전문 브랜드 서울워치는 1960년대~2000년대에 출시된 빈티지 럭셔리 시계 200여 피스를 선보인다.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커지고, 명품까지 진입한 배경에는 젊은층의 ‘친환경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친환경 가치가 중시되면서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중고거래 인기가 급부상했다.
특히 하늘길이 막혀 오갈 데 없는 소비 수요를 고스란히 명품 분야가 이어받으며, 리셀 한정판 거래도 유행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솔드아웃이다. 이들 업체는 운동화에서 시작해 롤렉스 등으로 카테고리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정통 유통업체들도 관련 사업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롯데는 일찌감치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프라이스홀릭’을 입점시켰고, 롯데 아울렛 광명점에 ‘리씽크’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지난해 3월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 등과 손잡고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기도 했다. 신세계 역시 번개장터에 투자하며 SSG닷컴 번개장터 명품 편집숍 ‘BGZT 컬렉션’을 여는 등 중고거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지속되는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짠테크’ 트렌드도 중고거래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품질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확 낮춰 한 푼이 아쉬운 밀레니얼 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오로지 자사 브랜드 중고상품만 직접 취급하는 거래 서비스 ‘솟솟플레이’를 시범운영하고, 최근에는 ‘오엘오 릴레이 마켓(OLO Relay Market)’으로 확대 개편했다. 등산용품, 롱패딩, 럭키슈에뜨 상품까지 최대 75%까지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