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침묵의 시간을 보낸 하정우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수리남' 인터뷰로 만난 그는 어떤 질문이 나오기에 앞서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2021년 9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그는 공개 행보를 잠시 중단했다. 다만 연기 자체를 멈춘 건 아니었다. '수리남' 촬영을 위해 중남미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약 두 달, '피랍'(미개봉) 촬영을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네 달 여의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인 시간에 관해 묻자 "그냥 계속 걸었고, 성경을 필사했다. 마음을 잡고 싶어서 3년째 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현장에 있어도 연기하지 않을 땐 마스크를 쓰고 숨어 있는 분위기라 (배우들 간에) 대화의 장이 열리지는 않았다. 두 나라에 한국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니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이날 하정우는 '수리남'으로 자신을 재기용한 윤종빈 감독에게도 미안함을 전했다. "큰 리스크를 안고 '수리남' 제작을 강행했던 만큼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미안함이 있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용서 받지 못한 자' 이후 '비스티 보이즈', '군도: 민란의 시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까지 함께하며 영화계 데뷔와 가파른 성장을 함께 해온 각별한 관계다.
하정우는 "윤종빈은 좋은 감독이 돼 가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동료로서 같이 (작품을) 얘기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을 이뤄나가는 길목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의 신작 '수리남'은 남미의 작은 나라 수리남에서 홍어 수출 사업을 벌이던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현지에서 목사 생활 중인 거대 마약상 전요환(황정민)을 체포하는 작전에 투입되는 여정을 다룬다.
극 중 등장하는 수리남의 교도소는 실제 촬영지인 도미니카공화국의 한 교도소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재소자 중 모범수 200여 명을 동원해 촬영을 진행했고, 인건비로 영치금 40달러를 지급하는 등 현지 제작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했다.
"교도소 밖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핸드폰, 전자담배, 손톱깎이 같은 소지품을 모두 놓은 뒤 따로 제작한 주황색 재소자 옷을 입고 들어갔어요. 처음으로 (교도소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양쪽에서 환호성과 욕이 나왔는데, 10m를 걸어가는 게 무서울 정도로 진짜 살벌했어요. 뿜어져 나오는 기운 자체가 달라 옆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코카인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는 전요환이 궁지에 몰리는 막바지 장면에서는 상대 배우 황정민과 소위 ‘막싸움’을 벌여야 했는데, 전체 촬영을 통틀어 가장 힘겨웠던 대목이라고 기억했다.
"수질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미리 (감염병) 예방 주사를 맞고 3일 동안 기생충 약을 먹었어요. 깊이가 좀 있는 곳이라 물 밑에 바닥 공사를 했고, 총 3회차로 촬영을 진행했죠. 총을 쏘고 보트로 뛰어가 물 속으로 점프하는 신이었는데, 수중촬영이 엄청 지치거든요. 육체적으로 엄청나게 고생을 했습니다. 끝났을 때는속이 후련했어요."
'수리남' 이후 하정우는 '보스턴 1947', '야행', '피랍' 등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11월 중 신작 '하이재킹' 촬영도 들어간다.
그는 "하나하나 (할 일을) 해 나가면서 상처 받고 실망한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다가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