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 가격 상승에 수익성 개선…공급 과잉 등 리스크 여전
하림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 시도…마니커는 수장 교체
최근 몇 년 동안 공급 과잉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육계업체들이 모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물가 상승 영향에 따른 생닭 가격 오름세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다만 실적 개선과 별개로 공급 과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만큼 육계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림·체리부로·동우팜투테이블·마니커 등 국내 주요 육계업체 4곳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했다.
국내 1위 하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321억 원으로 전년(61억 원) 대비 무려 5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체리부로, 동우팜투테이블 영업이익은 각각 21억 원, 19억 원으로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마니커는 영업손실 130억 원에 머물렀지만 적자 폭을 전년(-309억 원) 대비 179억 원 줄였다.
상승세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하림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32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체리부로(81억 원)와 동우팜투테이블(72억 원), 마니커(6억 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됐다.
육계업체들은 오랫동안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치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육계 시장에는 하림, 체리부로, 마니커, 동우팜투테이블 외에도 참프레, 올품 등 16개 이상의 업체가 경쟁 중이다.
악조건 속에서 육계업체들의 실적이 반등한 이유는 물류 차질, 사료 가격 상승으로 생닭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계(중 기준) 평균 가격은 1㎏당 2438원으로 전년(1865원) 동기 대비 31% 올랐다.
예년보다 늘어난 치킨 수요도 육계업체 실적 상승에 한몫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음식인 치킨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치킨업체에 생닭을 제공하는 육계업체엔 희소식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인 5076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3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했다.
육계업체들이 실적 상승세를 오랫동안 유지할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올해 초만 해도 고공행진하던 육계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생계(중 기준) 가격은 1㎏당 1890원으로 올해 3월 말(2890원) 대비 35%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로 배달 음식인 치킨 수요가 줄어든 점도 육계 업체엔 악재다. 또한 핀란드 친환경 닭고기 브랜드인 ‘노포(NOPO)’가 올해 6월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육계업체들은 실적 하락 방어를 위해 생존전략을 적극 추진한다. 하림은 육계업체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작년 말 프리미엄 라면 ‘더미식 장인라면’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 5월 즉석밥 ‘더미식 밥’을 출시했다.
마니커는 올해 초 안정원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마니커 온라인몰인 진심닭컴에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