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태풍에 배춧값 오르며 포장 김치값도 올라
배추 수급 나빠지며 포장 김치 품절 사태도 나타나
여름철 폭우에 태풍까지 겹치며 배추와 뭇값이 치솟으며, 대형마트와 온라인에서 포장 김치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포장 김치업체들이 수익률 방어 전략으로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수요는 더욱 몰리는 분위기다. 김치가 때아닌 금(金)치로 몸값이 뛰면서 중국 김치 수입도 급격히 늘고 있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넋달간 중국 김치 수입량이 지난해 대비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수입량은 2만4844톤으로 전년 대비 17.5% 늘었고, 6월과 7월 수입량은 2만1830톤, 2만1132톤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9%, 27.6% 증가했다. 이어 8월에는 전년 대비 35.6% 늘어난 2만2768톤을 들여왔다. 금액으로 8월 기준 1337만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41.4% 상승했다.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어난 이유로 최근 배춧값 상승에 이은 국산 포장 김치 가격 인상이 꼽힌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이달 15일 비비고 김치 가격을 채널별로 평균 11% 올렸다.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 마트 가격은 3만800원에서 3만4800원으로 인상됐다. 대상도 다음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해 2월, 대상은 3월에 김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포장 김치 가격 상승은 올 여름 폭우와 태풍 힌남노가 겹치며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현재 수확되는 배추는 해발 600m 이상의 강원도 고랭지산이다. 하지만 여름 기상 악화에 따른 생육 부진과 유실로 인해 출하량이 줄었다. 여기에 9월 초 추석 성수기 수요에 대비해 배추 농가들이 조기 수확에 나서며, 추석 이후 공급량이 더욱 모자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시중에 판매되는 배추와 무 등 김치 재료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배추(상급) 도매가는 10㎏에 3만2940원으로 1년 전(1만5208원)보다 116.6%나 뛰었다. 한달 전(1만7576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비싸다. 무도 마찬가지다. 최근 무(상급) 도매가격은 20kg에 2만8460원으로 1년 전(1만1564원)보다 146.1% 올랐다.
김치 재료 가격이 오르자 포장 김치로 수요가 쏠렸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등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뒤따르지 못하면서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공급 부족 영향으로 이달 9일부터 15일까지 배추김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7% 감소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 소재 대형마트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리는 배추 김치 3.3kg 상품은 평소 하루 20개에서 최근에는 하루 10개 정도만 입점되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 결과 대상 자사몰 정원e샵에서는 포장 김치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CJ제일제당 CJ더마켓도 한때 일부 김치 제품 판매가 중단됐으나, 19일 현재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 관계자는 “배추 수급이 어려워 자사몰 판매는 줄여놓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몰부터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김치 가격 폭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추석 연휴에 포장 김치를 주문했다는 한 네티즌은 “12일 뒤에 받았어요”, “며칠 내내 온라인 품절이다가 겨우 주문에 성공했지만, 마트에 배추 김치는 아예 없더라”등의 글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자영업자들은 국내산 김치 대신 중국산 김치를 구입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배추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나 배추 제공 업체를 문의하는 경우도 있고, 중국산 김치로 바꿀 경우 어떤 제품이 좋은 지에 대한 문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채소류 수급 안정 대책 추진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채소류 수급 관리를 위해 당초 다음달 초순에 들여오려던 배추 물량 600t(톤)을 이달 하순에 수입하고, 내달 중 김장채소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10월 가을철 배추·무의 본격 출하 등으로 공급여건이 본격 개선되는 시점까지 수급관리에 전방위적 노력을 다하겠다”며 “ 가을철 재배 정부물량을 완전 생육 전에 조기 출하하고, 수출 김치용 배추를 당초보다 빨리 수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이달 말부터 준고랭지 배추 수확이 시작되면 10월 이후 배추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준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평년(877ha)보다 10.4% 증가한 968ha라며, 작황 상황에 따른 변동성은 있지만 재배면적 증가로 평년보다 준고랭지 배추 생산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공급 부족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비축 배추를 풀어서 일시적으로 숨통을 푼다고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부족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10월까지 현재 상황이 지속되다, 11월 김장철을 맞아 또 한번 수급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