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0.0%,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 '300억 달러 이상' 전망
올해 연간 무역적자 281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한편, 원ㆍ달러 환율 역시 1400원대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 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 결과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33억 달러)는 물론, △ IMF 외환위기 직전(1996년 206억 달러) 수준을 웃돌 것으로 관측됐다. 1956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다만 응답자의 절반(53.3%)가량이 적자의 저점을 8월로 봤다. 이밖에 10명 중 9명(86.7%)은 이를 오는 11월로 점쳤다. 최악의 상황은 넘겼거나 곧 끝날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적자 규모를 3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하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이들 전문가 집단은 오는 4분기 중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더딘 회복세 탓에 적자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 측면에서는 7월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점 대비 하락하고 있으나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탓에 적자 확대를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아가 달러 강세까지 힘을 보태면서 수입물가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출은 한풀 꺾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는 동시에 대중국 수출 부진이 지속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긴축과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에 따른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 본격화 등이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연간 수출액이 기존 최대치(2021년 6444억 달러)를 웃도는 69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수출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국내 수출산업의 최대 위협요인을 꼽는 질문에 응답자의 60.0%가 ‘글로벌 경기 부진’을 꼽았고,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공급망 애로’(26.7%), ‘원자재가격 상승’(13.3%)이 뒤를 이었다.
15대 수출 품목 중 하반기 수출 하락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워스트 3' 품목은 △컴퓨터와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에 집중됐다.
컴퓨터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투자 유보 또는 위축, 인플레이션으로 PC 등 전자기기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 재고 과잉이 겹쳐 가격 하락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수출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베스트 3' 품목은 △자동차와 △이차전지 △석유화학제품 등이 꼽혔다.
자동차는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에 따른 수출 확대,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개선에 힘입어 수출 호조가 기대된다.
이차전지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 및 정책적 지원으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할 전망이다. 석유제품은 고유가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항공유 중심의 수요 회복으로 탄탄한 흐름이 예상됐다.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전문가들은 향후 최고가를 평균 1422.7원으로 봤다. 최근 고환율 지속 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말에는 전문가의 3분의 2(66.7%)가 ‘원자재가격 상승 등 환율로 인한 비용부담이 수출증가를 상쇄’할 것이라고 보았다. ‘비용부담이 더 크다’라는 응답도 26.7%로 높았다. ‘수출증가 및 이익증가에 도움’은 6.7%에 그쳤다.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경제대책으로 ‘환율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28.9%)이 가장 많았고,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기업환경 개선’(17.8%), ‘원자재 수급 및 물류애로 해소’(17.8%) 순으로 조사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역수지 적자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환율도 14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역과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라며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는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