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협정 당사국인 만큼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지난 2021년 10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과 흡수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즉, 감축과 흡수라는 두 가지 부문에, 각각 2가지 시나리오를 더하며 구체화했다. 화력발전 전면 중단처럼 ‘배출 자체’를 최대한 줄이는 A안(감축)과 화력발전의 현실적인 불가피성으로 인해 친환경기술을 통해 최대한 ‘흡수와 제거’하는 B안(흡수)로 구성된다.
이상의 논의로, 탄소 중립 시나리오 6대 영역에서 ①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필요한 ③재원을 마련하고, ④기술 이전을 통해, ⑥투명하고 주기적인 성과 점검으로 2050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②적응과 ⑤역량 배양이 남았는데,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답은 위기(Crisis) 맞서는 회복력(Resilience)에 있다. 어떠한 기후 위기에도 끄떡없을 만큼, 팡팡 튀어 오르는 기후 회복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곧, 위기가 닥칠 때마다 즉각 대처하고 효과적으로 적응(Adapt)하다 보면 그 노하우가 점점 쌓여서, 장기적으로는 이전과 전혀 다른 혁신적인 역량(Capabilities)을 갖춘 고성과 조직으로 탈바꿈(Transformability)한다는 것이다.
명쾌한 이해를 위해 그림을 보자. 회사에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능(Function)은 잠시 정체되거나 효율(Performance)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사고에 무방비 상태이고 재발 방지 대책도 허술한 R회사는 어쩌다 2차 충격이 오면 그 피해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반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즉각 피해를 복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철저히 마련한 G기업에는 사건 사고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다. 위기를 새로운 재도약 기회로 활용하도록 계속 적응(Adapt)해 나가는 것이다. 대내외 충격이 올 때마다 빈틈없이 개선하므로, 회사의 혁신 역량(Capabilities)과 회복력(Resilience)은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이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건 사고 발생 시, 컨트러버셜 이슈관리와 대응(Engagement)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ESG 시나리오의 역할과 활용법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위험과 기회는 본질상 이벤트 발생 전에 인지하고 분류하고 관리한다. 위험 관리와 대응이 치밀할수록 개선 근육이 단련되고 단단한 바닥을 형성하면서 성장의 또 다른 기회가 된다. ESG 경영의 실천 정도에 따라 기업의 역량 향상뿐 아니라 자본시장에 태울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 ESG 활용의 정점이 바로 여기다. 위험과 기회가 통합된 시나리오를 통해 기업의 이슈 대응력을 높이고 잠재된 개선 가능요소를 발굴해, 기업가치와 사회, 지구 가치를 상승시키는 ESG의 정점을 실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