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가 국내 증시를 집어삼키면서 하반기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우선주는 전거래일 대비 0.30%(150원) 내린 4만9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기준 4만9850원을 기록, ‘4만전자’로 내려앉으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한지 하루만에 다시한번 신저가를 새로 쓴 것이다. 지난해 1월 11일 고점(8만1000원) 대비해서는 38.6% 하락했다.
시총 순위도 미끄러졌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이날 기준 시총 상위 7위(40조8975억원)를 기록, 올해 상반기 말 5위(42조7901억원)에서 두 계단 내려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하반기 경기침체를 예견하면서 투심이 약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역대 가장 빠른 업황 하락 속에 재고가 급증하며 하반기 실적 하향조정이 지속될 거란 분석도 악재로 작용 중이다. 삼성전자도 이날 장중 5만42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네이버는 시총이 이날 기준 34조5323억원으로 줄어 하반기 말(39조3718억원) 대비 4조8000억원 줄었다. 네이버의 시총 순위도 상반기 6위에서 9위로 하락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언텍트 수혜주로 꼽혔으나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에 국내 증시 대표 성장주로서 타격을 감내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은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이는 만큼 미래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 성장주에 악재로 꼽힌다.
반면 LG화학은 시총 순위를 4계단 훌쩍 올라섰다. LG화학은 상반기 말 시가총액 9위(36조4256억원)이었으나 시총이 6조원 가량 늘면서 이날 기준 5위(42조6378억원)를 기록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1월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 이 상장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으나 2차전지 소재 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약세장에서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반전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도 상반기말 시총 8위(36조5827억원)에서 6위(41조9464억원)로 뛰어올랐다. 삼성SDI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호실적 전망에 힘입어 최근 하락 중인 코스피 지수와 반대로 주가가 역주행 중이다. 전기차향 원형 배터리 매출 증가로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원형전지 생산능력 확대로 내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상태”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시총 8위(40조7038억원)로 상반기말 7위에서 한계단 내려왔고, 기아는 시총 10위(31조4562억원)를 유지 중이다. 글로벌 판매 호조로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나타낼거란 기대감에 최근 연일 천장을 뚫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긍정적으로 작용 중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이후 높아진 예상 대비 실적 호조를 기록하며 이익 눈높이가 상향됐다”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표 전까지 한국 정부 및 이해관계국과 미국 정부간에 실질적인 적용의 어려움을 가지고 의견의 간격을 좁힐 경우 주가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