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규제, 높은 몸값에…단독 인수 가능성 ↓
컨소시엄 유력…SK하이닉스 참전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달 글로벌 팹리스(설계전문)기업 ARM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의 인수·합병(M&A) 관측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손 회장은 내달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산하 ARM 간 제휴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 대변인은 “(손 회장은)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김포 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이 부회장 역시 ARM 인수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마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것”이라며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 총수의 만남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ARM 인수전 참여가 공식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유력한 M&A 대상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25조 원임을 고려하면 ARM을 단독으로 인수할 재무적 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독과점을 우려하는 각국 규제 당국의 인수 승인 가능성이 희박하고, 반도체 업계 경쟁사들의 견제도 심한 상황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ARM을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약 56조 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영국을 비롯한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올해 초 무산된 바 있다.
ARM의 높은 ‘몸값’도 부담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ARM의 예상 인수가는 적게는 50조 원에서 많게는 100조 원에 달한다. 소프트뱅크가 ARM의 몸값을 낮추더라도 최소 50조 원 이상을 제시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다.
이를 고려할 때 현실적인 방안으로 삼성전자가 ARM의 소수지분을 취득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거나,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거론되는 기업은 인텔이나 퀄컴은 혹은 과거 ARM 인수설이 있었던 SK하이닉스 등이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내달 이 부회장뿐 아니라 SK하이닉스 경영진과도 접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