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실종이 도를 넘었다. 민생과 경제 위기 대책은 뒷전이다.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이 사투를 벌이는 상황도 안중에 없다. 오로지 당리당략적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제 위기극복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우리 정치인들은 딴 세상에 사는 것 같다.
여권은 국민의힘 내홍과 윤석열 대통령 ‘설화’ 진화에 급급하다. 지난 3개월 행태는 한 편의 저질 정치드라마였다. 중징계와 가처분, 체리따봉, 양두구육, 신군부, 제명 등의 단어가 잘 대변한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주연급 조역으로 등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의 이전투구로 몇 달을 허송했다. 내홍은 진행형이다. 28일 열리는 법원의 비대위 가처분 심리와 중앙당 윤리위원회의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심의에 따라 또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그러니 민생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심기일전해도 모자랄 판에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까지 불거졌다. 여권은 연일 해명에 진땀을 흘리지만, 의혹은 더 커졌다. 이미 정치권의 블랙홀이 됐다. 정권 초기 국정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중요한 시간을 허망하게 날리고 있다. 국정동력과 지지율까지 까먹었다.
거대 야당은 정치공세와 포퓰리즘 입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과 ‘비속어 논란’에 화력을 집중한다.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 맞불 공세다. 반기업 입법도 밀어붙일 태세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감세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주행했다.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건 2018년 문재인 정부였다. 법인세를 정상화해 기업 투자 증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 90%가 반대하는 노란봉투법도 우선 처리과제다. 노조가 불법 쟁위행위를 해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불법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각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 동분서주하는 기업인들도 국감에 대거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한다.
여야가 정치싸움을 하는 동안 기업은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환율 쇼크에 화학 철강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사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환율 상승 = 수출 증가’라는 등식이 무너져 수출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수요 위축으로 전망도 어둡다.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 위기론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그런데도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서 낮잠을 자고 있다. 상정하는 데만 47일 걸렸다. 언제 처리될지 기약도 없다.
그들만의 정치싸움에 멍드는 건 국민과 기업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에 매달리고 여권이 전 정권 사정에 집착하는 한 타협이 쉽지 않다. 여야 회동 때마다 강조한 협치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몇 달 전 약속한 여야정협의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여야다. 정말 앞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