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제품 가격 올린 기업에 정부 ‘물가안정’ 내세워 압박하고 있어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최근 기자를 만나 제품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적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주요 식품기업들이 최근 가격 인상 조치를 잇달아 단행하고 있다. 라면, 과자, 김치 등 가격이 오른 제품 대부분은 소비자들이 평상시 자주 구매하는 식품들이다.
그래서인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을 향해 “물가가 오를 때만 민감하게 행동한다. 물가가 안정되거나 낮아지면 제품 가격을 낮추지도 않는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식품기업들도 소비자들의 비판적인 시선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가격을 올린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은 올해 초중순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해외에서 구매하는 원재료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식품 기업들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위기 상황에 놓인 식품업계에 정부는 날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달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해 “식품 물가 점검반을 운영해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정부가 유지해온 ‘시장 친화적 물가 관리’ 원칙과 다른 기조다.
물론 국민들을 위해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하지만 시장 원칙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린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감시하겠다는 모양새는 기업들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직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은 식품기업들은 정부의 날선 대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이전 정부의 과도한 시장에 개입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다. “기업 할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시장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식품기업들에 과도한 잣대를 무작정 들이대선 안 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