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금지·기업의 노동시간 공시 의무화 핵심
노동계 "'포괄임금제'로 장기간 노동 제대로 보상 못 받아"
우원식 "尹 52시간 노동 유연화, 장시간 노동 부추겨…포괄임금제 폐지가 먼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기업들이 정부에 노동시간을 보고하도록 한 일명 ‘공짜노동금지법’이 발의됐다. IT·플랫폼 업계에서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법으로 이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에 이어 또 한 번 기업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획일적 적용보다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및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네이버·스마일게이트·웹젠·넥슨 등 IT·게임업계 노동조합도 참석했다.
이들은 “게임업계가 포괄임금을 폐지하고 노동시간 기록을 통해 장시간노동 근절하고 노동현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있는 사례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정해진 임금만을 주는 ‘포괄임금제’ 폐지가 핵심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IT·플랫폼 업계 노동자들이 속출하자 노동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포괄임금제를 결합할 경우 ‘장시간 공짜노동’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시간 유연화’보다 ‘공짜 야근’을 부추기는 포괄임금제 폐지가 먼저라는 것이다.
노동시간 기록도 의무화한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노동시간 통계를 산업·업종·직업·지역별로 작성하고, 국가 차원의 노동시간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퇴직 후 수당을 청구하거나 산재를 입증할 때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시간을 입증해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우 의원은 “(노동시간 공시제를) 노사 분쟁 시 노동부가 노동시간을 입증해주는 ‘노동시간인증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노동정책의 맞불 성격도 있다. 현재 노동부는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단위’로 관리하는 ‘주 52시간 근로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 등 노동조합은 “결국 유연적인 장시간 노동을 다시금 편법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도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장하기 전에 공짜노동 없이 일한 만큼은 정확히 임금을 주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기업마다 임금 및 보상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포괄임금제 폐지를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주변 사례를 보면, 포괄임금 계약을 맺더라도 스톡옵션을 주는 방식의 보상체계가 있다. 스톡옵션을 안 받은 근로자에겐 별도의 야근수당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안 취지는 이해하지만, IT 스타트업계에선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 기본급을 줄이고 야근 수당이 늘어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